시세의 120%까지도 대출…무리한 대출확대 경고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홍콩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초래한 미국의 주택시장 활황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의 주택 가격이 구매자들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물량 해소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10년 전의 미국 주택시장 붐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최근 몇 달간 신규 주택 가격의 최대 123%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과 애널리스트들은 무리한 대출 확대가 차입자들의 위험을 높이고, 시장의 조정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홍콩 부동산업체 신홍기부동산(Sun Hung Kai Properties)은 주택 가격의 120%까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초기 금리가 낮은 것이 매력이다.

해당 대출은 일종의 브릿지 대출로 3년간 저금리를 유지하다, 이후 은행이나 부동산업체의 더 높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는 상품이다.

일례로 신홍기부동산은 홍콩의 한 아파트 단지에 초기 3년간은 2.15%의 대출을 제공하지만, 주택 구매자가 3년 뒤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 금리는 4%로 높아진다. 현재 홍콩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 정도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홍콩 최대 부동산업체인 신홍기부동산(0016.HK)과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이끄는 CK부동산(1113.HK)이 이러한 공격적인 대출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이들은 주택 가격의 120%~123%가량의 대출을 제공한다. 해당 대출 상품은 또 다른 주택을 담보물로 요구한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세계적으로 비싸기로 유명하다.

UBS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3배로 뛰었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근로자들의 소득은 거의 변화가 없어 평균 도시 근로자들의 경우 주택을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리서치업체 데모그라피아는 홍콩의 작년 주택 중간값이 중간 가계 소득의 19배를 기록해 홍콩이 6년째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주택 구매가 가장 어려운 도시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데모그라피아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5.1배를 넘는 지역을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곳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홍콩 수치는 데모그라피아가 11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홍콩 당국은 주택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 구매 시 내야 하는 초기 계약금을 인상하는 등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덕분에 주택 가격이 작년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부동산개발업자들은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은행들에 부동산 가격의 최대 6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회사인 투자회사를 활용해 대출을 내어줘 실제 은행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신홍기부동산과 CK부동산은 은행들에 대한 금융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좋은 집으로 갈아타길 원하는 주택 구매자들을 돕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을 웃도는 과도한 대출은 시장 위험을 높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3년 뒤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지 못할 경우 구매자들은 집을 팔아야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돼 있을 때 이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HKMA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동산 가치보다 담보 대출이 많은 '역자산' 상황에 빠진 거주용 주택담보대출은 1천307건으로 작년 말의 95건에서 급증했다.

HKMA의 아서 위엔 부총재는 "단기적인 이익이 매력적으로 보여도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은 미래에 일어날 모든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홍기부동산은 주택 구매자들의 위험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들은 3년 뒤 브릿지론을 통해 이전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부동산업체들이 계속 무리한 대출을 제공할 경우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원부동산이 집계하는 부동산 가격지수는 작년 9월 고점 이후 11% 하락했다가 올해 3월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업체 존스랑라살르(JLL)홍콩의 조세프 창 이사는 "시장이 전체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나, 개발업체들의 이러한 반격은 가격 하락세를 늦출 수 있다"라며 "이러한 대출은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도울 뿐 시장의 건전성에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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