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방법은? 해답은 유로 환율을 쳐다보는 일이다. 작은 파도에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밑바닥에 흐르는 조류(潮流)를 간파할 수 있는 핵심 신호는 유로 환율의 등락에서 포착된다. 유로 환율은 유로지역의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상태를 보여주는 잠수함의 토끼와 같다.

과거에 유로/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가격과 가격안정 위험에 대한 시각과 움직임, ECB의 대출이자율이 중요했다.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의 가산금리, 유로존 지역의 GDP, 물가 상승률, 실업률, 공업생산, 각국의 재정 적자 추이도 살펴야 할 재료였다.

게다가 유로/엔 같은 교차환율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3개월 현금 유로/달러와 유로/유로 예금에 대한 선물가격의 차이는 유로/달러에 대한 기대를 결정하는 변수였다. 스위스프랑 환율도 강한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가 많아 러시아의 정치 또는 경제 불안도 유로/달러에 적신호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제적 요인을 압도하는 정치적 재료가 초대형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모든 상황의 종합 용광로(Melting Pot)이며 거울이라고 정의할 때, 현재는 경제적 이슈보다는 정치 변수가 유로 환율을 좌우하고 있다.

근대 국가 개념이 출현하고 나서, 한나라의 화폐 가치는 해당국 정부가 주인의식을 갖고 통화 주권(Sovereign)을 행사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 유로화는 그러나 여전히 주인이 없다. 유로존의 거시 경제 운영 성적표인 유로 환율 수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책임 소재는 흐릿하다. 현재 유로 환율의 통화 주권은 독일도 프랑스 정부도 갖고 있지 않다. 환율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도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며 눈치만 보고 걱정만 하고 있다.

최근 유로존의 위기는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등 역사 속 인물들이 꿈꿨던 통합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것이지만, 정치 통합이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유로존 위기는 또 2000년 화폐 통합 이후, 역설적으로 회원국의 예산과 재정 등 각국 정부의 경제 주권의 통합을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모두가 살려면 정치 통합의 진전에 가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로화는 당분간 그리스 신민당 승리로 마감된 2차 총선 이후 랠리를 이어가다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에 곧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그리스 총선 직후 스페인 국채의 투매에서 나타나듯이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화 환율의 등락은 달러와 엔화에 이어 달러-원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유로 환율이 발신하는 신호를 자세히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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