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강퉁(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교차거래)이 승인됐다는 소식에도 시장 반응이 미온적인 것은 작년 증시 폭락의 악몽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선강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중국 증시가 신뢰를 잃은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투자 제약이 많으며, 선전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중국 국무원이 선강퉁 시행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주식시장의 반응은 시들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0.5%가량 하락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선전증시도 0.3%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18일에도 상하이와 선전증시는 보합권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고, 항셍지수만이 1%가량 올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제도나 후강퉁을 통해 중국 A주에 투자해왔다. 따라서 중국증시의 매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선강퉁 쿼터까지 활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증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는 2014년 11월 후강퉁의 시행과 함께 시작된 중국 증시의 단기간 급등, 그리고 뒤이은 중국증시의 폭락이 강한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증시는 작년 6월 고점에서 한 달 만에 30% 이상 폭락했고, 폭락 장에서 1천400개의 거래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에 나섰으나 어설픈 개입은 시장의 신뢰를 잃는 데 일조했다.

중국 기업들의 자의적인 주식 거래 중단 조치는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웠고 당국이 올해 3월 거래 정지 규정을 강화했으나 시장의 불신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다.

MSCI 역시 중국 A주의 신흥국지수 편입 여부를 검토했던 지난 6월 자의적 매매중지 규정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당시 MSCI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월 펀드 송환 규모를 전년도 순자산가치의 월20%로 제한한 점, A주와 연계된 금융상품을 출시할 때 양 거래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크리스펀드증권의 크리스토퍼 쳉 와-펑 최고경영자는 선강퉁 승인을 환영한다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걱정거리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딩이나 공매도 등의 금지로 "투자 전략이 제한되고, 거래중단 조치는 유동성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선전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점도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항셍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8배이며, 상하이의 PER은 12.8배다. 그러나 선전증시의 PER은 35.21배로 상하이의 3배를 웃돈다. PER이 높다는 것은 주가가 실적 대비 고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아서 퀑 아시아 태평양 주식 담당 헤드는 WSJ에 "(선전의) 좋은 종목은 매우, 매우 비싸다"라며 이미 살만한 주식은 너무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레이더들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데 따른 피로감도 시장의 미온적인 반응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국태국안증권의 장 신 애널리스트는 "(선강퉁이라는) 좋은 소식의 효과가 단기적으로 소진돼 시장은 완만한 조정기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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