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화가 가파른 하락세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다. 6개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94선으로 추락했다. 올초 99.033을 기록하며 100 돌파를 넘보던 기세가 꺾인 것이다. 달러-엔은 지난 주 100엔을 무너뜨렸다. 일본 외환당국이 100엔 사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나섰지만 시장의 힘을 이기진 못했다.

전방위적인 달러 약세는 올해 초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미국이 작년 12월 첫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금리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예상되면서 달러가치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발 경제불안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변수가 불안해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은 두 번째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금리인상 예상 시기는 애초 6월에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도 조기인상이 어렵다는데 베팅한다. 시장 반응에 놀란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9월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실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예정돼 있어 연준이 9월 금리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다.

결국, 12월이나 돼야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회의는 외환시장에선 초미의 관심을 받는다. 26일(한국 시간) 오후 11시에 있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재임 시절 잭슨홀 회의를 활용해 미래 통화정책의 밑그림을 미리 알려줬었다. 이런 까닭에 매번 잭슨홀 회의마다 미국 중앙은행의 동선에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쏠리곤 했었다. 옐런 의장의 경우 작년에 잭슨홀 회의에 불참했다가 이번에 다시 참석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최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간에 미국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컨센서스(의견일치)를 중시하는 연준의 특성상 이러한 분위기라면 단기간내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옐런으로서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난감한 상황이다.

따라서 11월 대선이 끝나고 12월에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저금리 체제를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당분간 달러의 행로가 좌우될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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