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14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재개한 데 대해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24일 중국 인민은행이 2월 이후 처음으로 14일물 역RP로 은행권에 5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25일에도 인민은행은 동일물 역RP를 통해 800위안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했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기한이 더 짧은 7일물로만 공개시장운영(OMO)을 해왔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의 의도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줬다며 이는 채권과 같은 자산 과열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지난 2주간 인민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7일물 역RP 규모를 축소해왔으며, 대신 14일물 역RP 공급을 재개하며 시장의 차입을 좀 더 장기 쪽으로 유도했다.

통상 단기물 역RP는 금융기관들의 당일 현금 수요를 충당하는 데 활용되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 은행들은 역RP를 통해 저리로 빌린 자금으로 채권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거나 이런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 대출해주는 용도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는 채권 가격 상승을 부추겼고, 급기야 버블 논란까지 빚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이 같은 차입으로 인해 채권시장의 레버리지 규모가 크게 증가해왔다고 우려해왔다. 실제 채권시장의 레버리지는 작게는 원금의 30%에서 많게는 원금의 두 배에서 세배까지로 확대됐다.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며 2014년 1월 4.62%이던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에는 2.61%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이날의 조치는 인민은행이 이러한 채권시장의 랠리를 꺼트리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해석했다.

이 영향으로 단기물 차입 금리는 크게 올랐고, 중국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선전에 소재한 금융업체 중증신용증진(中證信用增進)의 왕 징 채권 사업부 부매니저는 "이는 더 많은 자금이 실물 경제로 흘러들어 가길 인민은행이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채권시장의 추가 랠리에 베팅하기 위해 만기가 더 짧은 신용을 활용하려는 이들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준물인 7일물 가중평균 레포 금리는 23일 2.40%에서 24일 2.53%로 올라 2015년 7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2.72%까지 올라 8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투자은행인 UOB 케이 하이안 홀딩스의 주 차오핑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시장의 레버리지가 현재 매우 높으며, 분명히 인민은행은 이러한 투기꾼들을 더 많이 독려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번 조치가 3년 전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긴축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말 계절적인 이유로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 은행들이 단기자금을 통해 차입한 투자 상품을 되갚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당시 유동성 경색으로 하루짜리 레포금리는 사상 최고인 25%까지 치솟아 금융시장이 패닉에 휩싸였다.

인민은행은 결국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