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각종 자산가격 움직임과 유동성 흐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자본유출 압력을 어떻게 저지하면서 경기 하강을 막을 지 고민할 테고, 투자자들은 수익률 떨어지는 자산을 처분하는 등 위기 대응에 집중할 것이다.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최근 잇따라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리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해졌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옐런의 발언에 대해 올해 안에 두 번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형식적으로는 연준의 2인자지만 사실상 옐런의 스승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언의 무게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피셔 부의장이 말한 두 번은 9월과 12월일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에 금리를 올리고 이제까지 한 번도 올리지 못했으니 하반기에 몰아서 두 번 인상해야 자산 거품과 경기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9월에 금리를 올리려면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나온 제조업지수와 고용지표를 감안하면 조기 금리인상을 확신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이 연준에 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은 연준이 9월을 건너뛰고 12월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듯하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대부분 나라가 경기 악화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기회만 닿으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돈 풀기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그에 앞서 완화 정책을 쓰려는 나라들이 많다. 호주는 지난 5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뒤 석 달만인 8월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런데도 한 두차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통화가치는 오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마이너스 금리와 회사채 매입 등 강력한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으나 경기회복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추가 완화 정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도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 정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쟁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완화 정책이 결과적으로 환율에 반영되면서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부양책이 경제 회복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도로아미타불 정책이 되고 만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걸쳐 확인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환율전쟁 강도는 약해질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정책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신흥국들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진다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추가 완화 정책이 발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 ECB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 신흥국들이 이번 주 잇따라 통화정책 회의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어떤 전략 포인트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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