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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멘붕’의 의미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허탈 ②좌절 ③어이없음 ④환희

지난 6월21일, 롯데와 SK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호투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가 4회 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이면서 졸지에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적시타 한 방이면 대량 실점할 상황이지만, 그는 두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였다. SK 다음 타자의 타격도 평범한 내야 플라이.

공은 하늘 높이 치솟았지만 내야를 넘기지 못하였고, 야구선수라면 당연히 잡을 수 있었다. 스리 아웃으로 공수가 바뀔 것 같던 찰나,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 공을 잡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던 롯데 1루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삼루수에게 양보하였고, 공은 두 선수 사이에 툭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뒤늦게 공을 집어 들었지만 이미 상황종료. SK의 주자들은 득점에 성공한 다음이었다.

이런 일을 두고 스포츠 신문 등에서는 ‘멘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전에도 롯데 선수들이 평범한 뜬공을 서로 미루다가 점수를 헌납한 적이 있었던지라 그럴 법도 하였다. 그러나 SK는 더 이상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였고, 어이없게 점수를 헌납한 롯데는 이후 안타를 추가하여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언론의 표현처럼 만일 롯데가 실수 때문에 그 경기를 졌다면 아마 ‘집단멘붕’ 사태로 이어졌을게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주 일요일 저녁, 이 글을 쓸 때에 나는 그리스의 총선 결과를 모른 상태였다. 그리스의 총선이 차트를 뛰어넘어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었으나 나는 차트만을 토대로 주간전망을 해야 했던 것. 차트를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하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나는 ‘멘붕’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긴축정책에 찬성하는 신민당이 그리스 총선에서 이겼고, 그 결과 월요일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락/조정을 주장하였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헛소리를 한 셈.

뭐 어쩌겠나. 그게 차트의 한계라면 한계일 수밖에 없다.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그것을 토대로 차트가 만들어지는지라 중요한 뉴스에 따라서는 차트가 전혀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차트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은 역시 약점이 있지만, 여전히 기술적분석이 단순히 ‘감’으로 거래하는 것보다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 이야기가 롯데 자이언츠와 비슷한데... 롯데는 21일의 경기에서 평범한 내야 플라이 볼을 놓치면서 ‘집단멘붕’ 직전까지 몰렸으나 결국 경기에서 이겨 상황을 모면하였다. 마찬가지로 주가는 지난주 초반에는 그리스 덕택으로 올랐으나 주 후반에 결국 하락하고 말았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차트를 보는 순간, 드는 첫 번째의 느낌은 ‘단기 다이버전스’이다. 스토캐스틱과 지수의 움직임을 서로 비교하면, 지난주에 지수의 고점은 상승하였으나 스토캐스닉의 고점은 오히려 낮아지는 모습이 발견된다. 이것이 다이버전스이다. 추세전환의 결정적인 신호탄으로 간주된다.

물론 스토캐스틱 지표(기간의 경우, 나는 그냥 평범하게 대부분의 HTS에 ‘디폴트’로 들어있는 5-3-3을 사용한다. 어떤 분이 메일로 문의하셨는데, 별달리 특별하거나 이상한(?) 조합도 아니다.)은 단기지표인지라 그것과 주가와의 관계에서 다이버전스가 나타난다 하여 중, 장기적인 추세마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든 주가는 오르는데, 지수의 고점은 하락한다는 것은 단기건 뭐건 결코 상승세에 도움이 되는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볼린저밴드로 본다면 주가는 지난주에 위쪽 밴드를 건드리면서 저항을 받았고, 그리고는 곧장 하락하고 말았다. 다만, 지난주 22일(금요일) 종가기준으로 지수는 볼린저밴드의 중간밴드에 딱 걸려 있는 상태이다. 중간밴드, 즉 20일 이동평균선이 종종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지난주 후반에 지수의 하락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단 이번 주 초반에는 약간의 반등이야 나타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추세는 다시 무너졌고, 스토캐스틱에는 매도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다 현재의 주가는 여전히 일목균형표 구름대 아래에 있는 상태. 하락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주에는 주가의 위쪽에 버틴 구름의 두께가 좀 얇았기에 그것을 상향돌파하고 추세가 상승세로 뒤바뀔 약간의 가능성(구름이 얇다는 것은 그만큼 저항선으로서의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가 된다)도 있었던 터. 하지만, 만사휴의. 주가는 얇은 구름조차 넘어서지 못하였고, 이제는 되레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은 두꺼워지기만 하니 그것을 넘어서서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1,850~1,900의 박스권을 맴돌던 주가는 이제 박스권 하단을 이탈하여 1,800~1,850의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거나 혹은 그 이하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매번 주장하거니와 시장은 여전히 큰 흐름으로 보아 하락세, 혹은 엘리어트 파동으로는 조정파동이다. 추세를 거슬러 매수에 주력하는 것은 별로 좋은 전략이 아니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의 경우는 코스피지수와는 달리 시장의 가격과 지수와의 관계에서 다이버전스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거창하게 추세전환의 신호탄이라고 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추세가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이버전스는 아닐지라도 달러-원 차트의 스토캐스틱은 바닥에서 매수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에 달러-원은 꽤 큰 폭으로 하락하였던 터. 1,170원이 무너지자 급기야 1,160원선마저 붕괴하였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단순무식하게 말하여 이번 주에는 지난주 하락폭이 컸기에 이에 따른 자율적 반등이라도 나타날 참이다. 주가건 환율이건 내내 상승하는 법도 없고, 줄곧 하락하기만 하는 법도 없다. 며칠 오르다가 또 며칠 내리는 일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볼린저밴드의 경우도 똑같은 상황이다. 지난주에 달러-원은 아래쪽 밴드를 건드렸고 그것을 지지선 삼아 반등하였다. 아직 중간밴드가 걸쳐있는 수준, 혹은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수준인 1,170원까지 올라서려면 아직 멀었으니 지난주 후반에 이어 이번 주에도 달러-원 환율은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의 일목균형표는 코스피지수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구름은 환율의 아래쪽에 있다. 환율이 구름 위에 있다면 의당 현재의 추세는 상승세일 수밖에 없다. 후행스팬도 26일전의 가격에서 지지를 받는 양상.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이래저래 이번 주의 달러-원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하였듯 1,170원이 목표치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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