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강남권 재건축에서 시작된 부동산 열기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직장·주거 근접의 이점을 가진 강북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인기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고, 학군 수요가 많은 목동에도 가격 상승의 바람이 몰아친다. 위례와 판교, 일산, 분당 등 신도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실수요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며 내 집 마련을 미뤘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변했다.

미국과 중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 부동산 시장도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에는 중동과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땅값을 높이고 있다. 뉴욕 중심에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은 중국 안방보험의 손에 넘어갔고,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도 카타르 투자청의 지분 10%가 들어가 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집계하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 0.5% 상승해 6월(0.2%)보다 상승폭을 넓혔고미국 20개 도시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과열을 우려할 만큼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100대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11.7% 올랐다. 기준 시점을 작년 6월로 하면 16%나 급등한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도시의 1~8월 집값 상승률도 1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잡느라 중국 정부는 애를 먹고 있다. 각종 규제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들 부동산 시장도 최근 몇 년간 과열로 몸살을 앓아왔으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물자산인 부동산값이 오르는 것은 돈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돈값을 매기는 금리가 전 세계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갈 곳 없는 자금이 실물로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한차례 금리를 인상해 0.25~0.5%로 올렸으나 아직 두 번째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 국면으로 치달은 것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체제와 대규모 자금 방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도 저금리에서 비롯된 돈값 하락이 부동산 시장을 밀어올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수요층의 주택구매가 몇 년간 정체된 가운데 최근 집값이 뛰기 시작하니 너도나도 빚내서 집 사는 행태가 재현되고 있다. 실수요층과 투자자, 투기세력 등 온갖 매수주체들이 대출의 힘을 빌려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집값의 상승은 미국의 저금리 정책 기조의 나비효과이기도 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로 미뤄지면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인하할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현재 추세대로 라면 미국은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그칠 확률이 높고 내년에도 예상만큼 가파른 금리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저금리로 미국은 채권 버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우리는 부동산 버블의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매력이 떨어진 탓에 우리나라에선 유독 부동산에서 거품 논란이 많다. 향후 우리 부동산 시장의 키는 금리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정책변수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우리 금리 정책에 결정적 변수가 될 미국의 금리 정책은 11월 대통령 선거 후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냐, 힐러리 클린턴이냐에 따라 큰 틀에서 정책 흐름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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