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경제부문에서 꼽으라면 보호무역주의를 들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트럼프는 애초부터 중국 등을 상대로 한 강력한 보호무역을 주장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무역을 옹호하던 힐러리도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여 보호무역주의를 반영한 공약을 채택했다. 대선 결과가 어떻든 새로 들어서는 미국 행정부는 무역보조금이나 인위적 통화 가치 절하를 통해 이익을 보는 나라들에 강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큰 중국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살 길을 모색할 것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강대국들 역시 주판알을 튕기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다. 이른바 각자도생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황의 시기가 길어지면 국가 간 무역 갈등이 발생했던 적이 많다.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 후 세계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었다. 이때 각국은 경제블록을 만들고 관세를 높여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나라 간 갈등이 깊어져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통상 1930년대 대공황 탈출의 계기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무역전쟁 끝에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고질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미ㆍ중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우리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을 타깃으로 한 미국 보호무역의 불똥이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철강 부문에서 중국과 함께 미국의 반덤핑 제소를 받은 한국은 미국 새 정권이 출범하면 한층 격한 반덤핑 공세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지 걱정스럽다.

환율도 걱정할 변수다. 최근 역외 시장에서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중국 정부가 이제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환율 카드를 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미국 행정부는 앞으로 환율 보고서 등을 통해 압박을 강화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이 까다롭게 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가 오래 지속하고, 공급과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가 간 갈등의 골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 여파로 우리가 입게 될 피해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게 기우만은 아닐 것같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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