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도대체 산수(算數)가 안되는 경제팀이다"최근 경제정책의 난맥상을 놓고 어느 퇴임 경제관료가 개탄했다. 조선업 구조조정,한진해운 법정관리,강남발 재건축 중심의 부동산 투기과열 등에 대해 경제관료들이 영혼 없는 헛발질 대책만 거듭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한진해운,상황판 하나면 정리할 수 있는 산수의 영역

이 관료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둘러싼 난맥상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실시간으로 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최첨담 시스템이 없던 20세기에도 상황판 하나면 큰 동요없이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역을 제대로 못해 허둥지둥한 한진해운 사태는 연립방정식도 아닌 더하기 빼기의 산수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화물을 하역한 뒤 더 이상의 화물을 싣지 못하도록 조치했으면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화주로부터의 구상권 소송도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 투기 한 방에 잡을 수 있다.

평당 8천만원까지 치솟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왜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재 6개월로 완화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부동산 이상 과열의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매제한 기간을 3년으로 묶으면 강남 재건축 투기 과열을 한방에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해법이다. 통상 분양권 당첨이후 입주까지 3년 가량이 소요되고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수요가 3년이나 자금을 묶어둘 여유가 없다는 셈법에서다.

◇대항해 시대의 종말도 못 읽은 조선업 업황전망

언론사도 파악하고 있는 조선업의 업황 전망도 없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기업으로 분류한 대목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연합인포맥스가 6월13일에 보도한 '12조원 쓰면 해운·조선 살릴 수 있나' 라는 기사의 조선업황 전망이 정부의 장밋빛 전망치보다 정확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황 전망의 핵심은 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을 일컫는 선복량(bottoms, 船腹量)과 세계 물동량 동향이다. 글로벌 조선 전문 조사업체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벌크선은 전체 선복량의 75%가 건조한 지 10년이 안된 선박들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면서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대항해 시대'에 대부분 건조됐다는 의미다. 선박의 적정 선령을 30년 이상으로 볼 때 앞으로 10년 이상은 선박 노후화에 따른 신규 발주 수요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 무역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글로벌 교역량은 11.9%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교역량 감소로 인한 해운수요가 급감하면서 컨테이너선은 계선 비중이 전체 선복량의 7% 수준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계선은 해운 경기가 악화될 때 배가 운항을 중지하고 항구에 묶여 있는 상태다.

선령 등을 감안한 배의 공급량은 남아도는 데 교역량 등 수요가 줄어드니 당분간 조선업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단순셈법이다.

경제관료들이 산수도 못하고 있다는 선배 관료의 질타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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