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삼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완화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금통위도 정책공조의 시그널을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데 이어 중국 인민은행은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금리를 내리는 대신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 파운드를 추가로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는 등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공조가 본격화되는 패턴이다.

▲ 실물경기는 디플레 걱정해야 할 지경 = 글로벌 중앙은행이 이처럼 정책공조를 강화하는 배경은 실물 경기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글로벌 실물 경기는 침체 수준을 넘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후퇴하고 있다.

우선 세계 경기의 견인차인 미국과 유럽은 실업률 증가로 좀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시장의 기대치를 2만명이나 밑도는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위기의 진앙지인 유로존의 실업률은 11.1%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9일 발표된 우리나라 생산자물가도 시사하는 바 크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12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 자료를 보면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가 4월 -0.1%, 5월 -0.6%, 6월 -1.4%로 3개월째 떨어졌다. 6월 하락폭은 2008년 12월 -1.7% 이후 가장 크다.

6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도0.8% 오르는 데 그쳤다. 2009년 11월 -0.4% 이후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내려갔다.

생산자물가의 하락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내린 영향으로 물가 안정의 신호탄이지만세계경기의 심각한 침체를 넘어 디플레 우려까지 반영한 양날의 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가계는 거덜나고 대기업은 이자놀이 = 경제주체별로 가계가 거덜나고 있다는 점도 금통위의 선제적 금리 인하 필요성을 자극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은이 지난주에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가 38로, 2분기 22보다 16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치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분기 25보다 악화된 수준이다.

또 통계청 가계수지에 따르면 가계가 지난 1분기에 부동산 대출 이자 등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가구당 월평균 80만원에 달해 월평균 소득 412만3천254원의 1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보다 7.9%나 늘어난 수준이다.

각종 금융통계치를 보면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생활형편자금까지 금융기관을 통해 융통해야할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주체하지 못해 금융권에 예치해 이자수익까지 올리고 있다.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쌓아 놓은 현금성자산만 42조원이 넘는다.

가계는 이자비용을 금융기관에 내고 기업이 이자수익을 거두는 기형적인 현금흐름이 고착화될 우려까지 일고 있다.

금통위가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물가 상승 압력보다 거덜나고 있는 가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다. 지난주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23%로 한은 기준금리보다 2bp나 낮게 형성됐다.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압박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7월 한은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는 오는 12일 열린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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