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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나라에 독재자가 있었다(우리나라는 아니다!). 그는 비록 권력을 쥐고 있었으나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정적들이 많은지라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미래가 궁금하였던 독재자는 결국 그 나라에서 용하다는 점쟁이를 불러 자신의 앞날에 대한 점괘가 나오는 대로 숨김없이 말하라고 명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점쟁이는 그날부터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독재자가 조만간 비명횡사할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곧이곧대로 “재임 중에 돌아가시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점쟁이 자신부터 먼저 비명횡사할 처지였다. 그렇다고 직업윤리(!)에 의거할 때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며칠 밤을 고심하던 점쟁이가 마침내 약속한 날 독재자를 만났는데, 얼마 후 그는 선물보따리를 가득 안고 유유히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점쟁이가 독재자에게 일러준 점괘란 바로 “종신토록 권좌에 계시겠습니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열심히 읽는 책, '갈등해결의 지혜'(강영진 저, 일빛)에 나오는 일화다. 책에서는 부정적 내용이라도 표현을 바꾸면 상대방의 심리를 거스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으니 갈등도 해소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각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표현이 바로 그 짝이다. 그들은 결코 “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현금비중을 늘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지 말라”는 말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대응하라”고 표현한다. 같은 뜻이로되 투자자로서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으니만큼 정말 절묘한 언어의 유희다.

나도 매주일 시장 전망을 쓰면서 그런 표현법을 써야겠는데, 잘 알면서도 잘 안 된다. 뻔한 길을 두고 빙빙 둘러가는 것 같아서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받아들일 것이라 믿어지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하루가 멀다 하고 신종 IT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듯이, 기술적분석에서도 연일 새로운 기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잠시만 한눈을 팔다 보면 미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술적 지표들이 잔뜩 나와 있어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조금만 예를 들더라도 피브이아이(PVI), 엔브이아이(NVI), 네오 사이콜로지(Neo Psychology)... 등등 수없이 많다. 물론 새로운 지표들이 다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업데이트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이동평균선이나 이야기하고 스토캐스틱이나 들먹여서는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맛이 나도록 PVI와 윌리엄스 '%R'을 이용하여 시장을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PVI(Positive Volume Index)이다. 이것은 거래량이 증가하면 어제의 PVI에다 하루 동안의 가격 변동률을 더하고,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으면 그냥 두는 방식으로 구해진다. 거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매수 세력이 많이 들어왔음을 의미하므로 거래량의 변화를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PVI가 상승하는 한상승추세로 간주되며, 거꾸로 PVI가 하락하면 하락추세로 간주된다.

그런데 코스피지수의 차트에 PVI를 적용한다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PVI는 지난주 목요일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지난 금요일(7월6일)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다시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의미가 된다.

윌리엄즈 %R도 단기적인 지표이다. 그런데 이 지표는 바닥과 꼭지를 잡아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R이 하락하다가 상승하면 그때가 고점이고(일반적인 지표들과는 신호가 반대방향이다), %R이 상승하다가 하락하면 그때가 바로 바닥이다. 이 지표를 코스피지수에 적용해보아도 역시 시장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R이 지난주 금요일을 고비로 바닥에서 반등하였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 즉 지수가 장중 하락하며 기나긴 장대음선을만들어낸 날이 결정적인 추세전환일이었다.

일목균형표를 들먹이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코스피지수는 구름 안으로 살짝 진입하기는 하였으나 구름이 워낙 두꺼워서 도무지 저항을 이겨낼 것 같지 않다. 이러다가 구름의 하단이 걸쳐있는 1,855마저 무너뜨리면 만사휴의. 다시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스토캐스틱을 들먹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어쨌건 스토캐스틱도 완연한 매도신호이다. 이래저래 시장은 아래쪽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여전히 지금의 국면은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 보아 조정파동의 한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관점은 똑같다. 일단은 1,800 언저리가 지지선으로 작용하겠으나... 글쎄다. 지지선이 강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시장의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닐까?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을 살펴보기 전에 해외시장에서 달러 인덱스와 유로-달러 환율 추이를 보라. 어떤 추세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확연한 상승세이다. 달러 인덱스는 일목균형표 구름 위를 훨훨 날고 있으며, 유로-달러는 6월초의 전저점이었던 1.2285 수준마저 무너뜨리면서 내리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판국인지라 달러-원은 의당 상승하여야 옳다.

그런데 사실 차트에서 달러-원 환율은 강력한 상승세라고 말하기 어렵다. 크게 보아서는 되레 하락세라고 말해야 옳다. 지난주에 달러-원 환율이 하락폭을 늘리면서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마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구름은 1천153~1천165원선에 걸쳐있는 터. 그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한 상승세로 환율이 훨훨 날아가기는 어렵겠다.

여하튼 해외에서 달러가 워낙 강세인지라 달러-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도 하려니와 실제 차트에서 달러-원은 (일단 단기적이건 뭐건 상관없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코스피지수를 전망할 때 사용하였던 코스피지수를 분석할 때와 똑같은 지표를 이용해보자. 먼저 PVI는 지난주 화요일까지는 내내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라는 증빙이 된다. 그런데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PVI는 같은 수준을 유지하더니(PVI의작성법에 의할 때,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았으므로 PVI는 변동이 없었다.) 금요일에 이르러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앞서 설명한 대로 PVI상승=상승세, PVI하락=하락세라는 논리에 따른다면 지난주 금요일을 고비로 달러-원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윌리엄즈 %R도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원 차트에서 %R은 이미 지난주 화요일(7월3일)을 고비로 고점에서 하락하는 모습이다. %R이 하락하였으니 시장은 상승세라는 의미(거듭 말하지만 %R의 방향은 시장과는 반대쪽이다)가 된다.

물론 달러-원은 구름의 아래쪽에 있으니만큼 반등이 있더라도 구름의 저항을 당장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일단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등은 제한적일 공산이 높다. 일목균형표 전환선이 걸쳐있는 1,147~1,150원선을 목표로 하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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