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런던의 흥망 = 세계 2차대전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이었던 런던의 영화(榮華)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사람들은 쇄락한 런던을 떠나 돈 보따리를 사 들고 뉴욕으로 몰려갔다. 이때 런던을 지켜낸 구원투수가 나타난다. 다름 아닌 리보금리다. 런던의 '꾀돌이' 은행가들은 세상의 '표준(Norm)'이 되는 돈값의 결정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들의 모임인 영국 은행연합회(BBA) 소속 20개 메이저 은행이 매일 오전 11시에 은행간 대출에 대해 이 정도 받겠다는 의사표시(오퍼드, Offered) 금리를 제시하고, 이를 로이터통신이 취합해 평균 금리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은행간 돈값의 기준을 런던에서 산출하도록 한 것은 표준시간(GMT)을 런던 교외의 그리니치(Greenwich)로 정한 것과 비견되는 영속적인 권력의 유지였다. 이후 리보는 런던의 은행간 거래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제 간 금융거래에 기준 금리로 사용됐다.

이러한 표준에 금이 간 건 런던 금융계가 서브프라임의 후폭풍에 휘말리면서부터였다. 은행간 신용경색이 나타나자 일부 금리 제시 회원은 약속한 금리를 낮춰 연합회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바클레이즈의 딜러들은 리보를 이용한 금융상품을 계약하고 나서, 금리 제출 담당자에게 연합회에 리보를 낮춰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용경색 중에 치솟던 리보가 어느 순간 낮게 고시되면서 상승 쪽에 베팅한 딜러들은 손해를 봤다.

반면 바클레이즈의 딜러들은 짭짤했다. 금융위기 중에도 회장과 CEO가 거액의 보너스를 챙긴 것은 이러한 조작으로 얻은 수익이 일조한 것이었다. 금융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었으니 바클레이스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회장이 잘린 건 당연한 일이다. 도이치뱅크, 씨티, HSBC, UBS 등 20여 개의 대형 금융사들도 리보금리 조작혐의를 받고 노심초사 중이다.

# 국내 양도성예금증서(CD)는 문제없나 = 지고지순 기준가격인 리보가 흔들리면서 국제 채권,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350조 달러(40조 경원) 시장의 가격 질서는 엉망이 됐다.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국내 단기 기준금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CD 금리는 왜곡 가능성이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CD는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 물량에 대해 증권사가 금리를 평가해 하루 두 번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고, 협회가 최고ㆍ 최저가격 하나씩 빼고 나머지 8개의 평균값을 고시한다.

문제는 증권사 차원에서 금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발행량과 거래량이 거의 없는 탓에 CD 중개 10개 증권사 실무자의 대리급 이상 담당자들이 가치평가에 따른 개인적 주관이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가계 및 기업대출이 CD 금리에 연동해 있어 필요에 따라 CD 금리 움직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또 다른 단기금리인 코리보는 이러한 점에서 차별화돼 돋보인다. 15개 국내은행이 은행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제시하면, 국내 최대의 금융정보회사인 연합인포맥스가 최고치와 최저치를 각각 3개씩 빼고 나머지 9개의 평균치를 매일 오전 11시에 고시한다.

리보와 CD 금리보다 조작의 담합을 어렵게 하려고 최고ㆍ최저 3개 가격을 제외해 평균치 산출 장치를 한층 강화했다. 2004년 7월에 도입돼 많은 은행이 금리결정에 참여하는 덕분에 일부 은행이 금리를 높게 부르거나 낮게 부른다고 해서 왜곡될 가능성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보는 시중은행의 돈을 빌리는 거래가 활발치 않아 가정치가 아닌, 즉 실제거래에는 쓰이는 호가로 만들기 위한 장치를 꾸준히 보완해 나가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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