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6월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교훈을 줬다. 우선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전화 등 구식 여론조사의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시대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요도가 큰 투표에서 예상치 못한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국가는 물론 투자자와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음도 분명히 각인시켰다.

이번 주 있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브렉시트 충격의 연장 선상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몇 달 전부터 계속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10% 차이로 크게 앞섰음에도 SNS로 확인한 바닥 민심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만만치 않게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최근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극적으로 좁혀지면서 누가 백악관에 입성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브렉시트가 준 두 번째 교훈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직면할 두려움이다. 브렉시트는 실제로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 EU에서 탈퇴한 나라가 처음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극대화됐고 국제금융시장도 '멘붕' 그 자체였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자칫하면 유사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러 이벤트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에 한파를 불러올 수 있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강대국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과거 '플라자 합의' 같은 과격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 세대 시장참가자들은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국제금융시장도, 각국 정부도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모두 손을 놓은 채 미국 대선판만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고도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관리)가 필요한 때다. 멕시코 페소화는 트럼프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값은 1,300달러를 넘는 강세를 나타냈다. 안전을 원하는 자금들이 금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당선은 시장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힐러리가 집권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시장은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를 원한다면서도 금리 인상을 해야한다는 등 경제정책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고, 트럼프의 발언 역시 모순된 내용이 많다. 시장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점인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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