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0일 서울채권시장은 간밤 미국 금융시장이 위험자산 선호로 반응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일 국고채 금리 하락분 반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이 안전자산 선호라는 금융시장의 생각은 착각이었던 듯하다. 전일 아시아시장에서 미국 10년물이 10bp 넘게 빠지기도 했지만 정작 뉴욕금융시장이 개장한 후에는 장중 내내 금리가 꾸준히 올랐다. 대선이 종료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트럼프의 공약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발빠르게 가격에 반영했다.

미국의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미국 장기물 상승폭이 가팔랐다. 10년물은 20.61bp 급등한 2.0628%, 30년물은 23.19bp 오른 2.8509%로 마감했다. 이날 진행된 미국 10년물 입찰 응찰률은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수익률 차이(BER, break-even rate)가 장중에 1.82%포인트로 8bp 상승했다. 이는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후 재정확대정책을 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재정정책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트럼프가 공약을 실행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급등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미 금리가 20bp 급등한 것을 귓등으로 지나칠 수는 없다. 트럼프 효과는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하는 재료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매수가 기댈만한 재료는 미국 금리가 20bp 올랐어도 유럽 금리 상승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영국 10년물은 1.84bp 오른 1.1463%, 독일 10년물은 1.93bp 상승한 0.2073%로 마감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트럼프가 재정확대정책을 펴게 되면 통화정책은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미국 금리인상과 재정확대정책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미 금리 상승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도 좋은 현상은 아니다. 미국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채권시장에 강세 재료와 약세 재료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수급상 중요한 포인트는 외국인 동향이다. 한국 채권금리도 상승 압력에 노출되겠지만 미국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이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에 국내 정책당국과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과 "미국 대선 결과 불확실성에 최상의 리스크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관계기관 TF(태스크포스)는 차관급으로 확대했다. 기재부는 11월 재정동향을 발표한다. 한국은행은 10월중 금융시장 동향, 9월중 통화 및 유동성을 발표한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58.5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25원)을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종가(1,149.50원)보다 8.75원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6.95포인트(1.40%) 오른 18,589.69에 거래를 마쳤다.

1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29센트(0.6%) 상승한 45.27달러에 마쳤다. (정책금융부 금융시장팀 기자)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