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포스코건설의 '책임준공'으로 순항하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이 각종 비리 의혹과 검찰 수사라는 암초를 만났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공사로 한 분기 매출에 육박하는 수주실적을 쌓았지만, 시행사의 존폐 여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전체 공사를 끌고 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16일 포스코건설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엘시티 시행사인 컨소시엄 '엘시티PFV'가 발주한 '해운대 LCT 복합개발사업 건축공사'의 규모는 1조4천737억원이다.

올해 3분기 포스코건설의 별도기준 누적 총매출액은 4조118억원 수준이다. 한 분기 평균이 1조3천억원 중반대다. 자회사까지 모두 합쳐 연결기준으로 봐도 올해 한 분기 평균 매출이 1조7천200억원을 넘지 못한다.

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엘시티 사업 공사비가 포스코건설에 얼마나 큰 수주인지 알 수 있다. 엘시티 공사는 포스코건설이 현재 수주한 국내 민간수주 중에서 최대 규모다. 엘시티 총 사업비는 3조원으로 추정됐다.

군인공제회에서 빌린 부지매입비용조차 갚지 못했던 엘시티 사업이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 덕분이다. 국내 대형건설사와 중국 굴지의 건설사도 포기한 이 사업에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하며 과감하게 나섰다. 당시 사장은 황태현 사장이었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아니면 준공일에 맞춰 공사를 끝낸다는 의미다. 공사비를 받지 못했거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도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

오는 2019년 11월에 종료 예정인 이 공사는 지난 분기까지 1천218억원이 매출로 잡혔다. 수주잔고는 1조3천519억원이니 앞으로 포스코건설은 해당 공사를 자력으로 진행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분양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 공사비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엘시티의 아파트는 분양률은 87%, 레지던스 분양은 50% 정도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상업시설은 분양 전이고 검찰 수사 등으로 남은 물량의 분양이 불투명하다. 엘시티는 최근 분양권 호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청약 열풍이 완판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악재가 추가됐다.

엘시티 공사에서 공사비를 잘 받아도 포스코건설이 얼마나 수익을 남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3분기까지 건축사업부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75%다. 작년에는 7.50%, 재작년에는 6.49%였다. 엘시티 수익성에 따라 개선된 작년의 흐름을 따라갈지 영향을 주게 된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책임준공이 최근 트렌드여서 특이하다고 할 순 없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현금흐름에는 상당히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며 "공사비에 이윤을 얼마나 녹였는지도 중요한 변수고 공사대금을 받는 시기 등에 따라 유동성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엘시티 사업 공사비 중 1조원은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으로, 나머지 4천730억원은 분양수입금으로 조달하기로 되어 있다"며 "아파트 분양률이 28%를 초과하고 주거부문(아파트/레지던스) 분양률이 65.7%를 넘으면 전액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공사비 역시 직접 책정해 제안한 만큼 손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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