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증권사는 요즘 죽을 맛이다. 주식 거래량 급감으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데 정부 당국까지 나서 증권사에 대한 잡도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부 당국의 태도를 보면 최근 증시 등 금융시장 부진의 원흉이 증권사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지경이다.

▲증권사에만 벼린 공정위 칼날 =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를 상대로 칼을 벼리고, 나섰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한 소액채권 가격 담합을 통해 왜곡했다며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 조치까지 공정위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공정위가 수백만원 단위로 호가되던 소액채권 시장을 조성한 증권사의 공로를 무시하고 사채업자들이 일종의 '깡'을 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증권사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검찰에 고발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벌써 일부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소액채권 관련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필요가 없다며 사업포기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채권 전문가들은 졸지에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릴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세금으로 세계최고 수준 파생상품시장도 고사 우려 =기획재정부가 최근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파생상품거래세도 증권사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재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3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파생상품 거래에 0.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거래소가 도입되면 시장의 과열을 막는 차원을 떠나 아예 시장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물ㆍ옵션 일평균 거래대금이 작년 8월만 해도 84조2천829억원에 달했으나 이달에는 54조4천780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파생거래세까지 도입되면 시장은 고사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사법 당국까지 나서 증권사 옥죄기 = 증권업계는 사법당국에도 할 말이 많다. 사법당국이증권사를상대로 칼을 휘두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신만 증폭시키는 등 업계를 궁지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증권사 대표가 줄줄이 기소된ELW관련 사태다. 사법당국은 ELW의 경우 거래를 위한 전산속도의 차이가 기회의 공정성 차원에서 시비의 소지가 있다며 증권사 대표를 줄줄이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검찰이 힘없는 증권사를 상대로 괜히 헛심만 쓴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quity-Linked Securities: 이하 ELS)에 대해서도사법 당국의 증권사 옥죄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검찰이 모증권사 ELS 트레이더가 소속 증권사에 8천만원 상당의 이익을 주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기소한 사건이 단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조단위의 관련 계좌를 운용하는 사람이 고작 8천만원 상당의 이익을 회사에 주려고 주가를 조작했겠느냐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결국 설득력이 떨어져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이 문제는 캐나다의 모은행이 백투백(back to back)으로 헤지하기로 했던 상품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백투백 헤지를 기대했던 상품이 어그러졌지만 정작 문제를 일으킨 캐나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자체 백투백으로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 일부 국내 증권사만 사법당국의 잡도리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최근 정부와 사법 당국에 대한 증권사의 복잡한 속내를 교과서 수록작품의 삭제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도현 시인 작품 가운데 하나인 '너에게 묻는다'로 대신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증권사 버전으로 패러디하면 "증권사 함부로 차지 마라 정부는좋은 일자리 증권사 만큼만들어 봤느냐." 정도가 될 듯 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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