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괴감 들고 괴롭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펀드가 하루 아침에 수익률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국내 액티브 중·소형주 펀드는 평균 마이너스(-) 13.5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주식형 전체로는 -7.33%였다.

반면, 인덱스 주식형 펀드는 1.88%로 플러스 수익을 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3.64%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중·소형주, 특히 제약ㆍ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종목 장세는 작년까지 30대 '용대리(용감한 대리)' 매니저들의 수익률을 담보해줬다. 이들이 다 같이 몰려들어 수급만으로 이들 종목이 오른 측면도 있다.

시장과 종목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점점 높아졌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좋았다. 그래서 몇 년간 '올해의 매니저'라고 꼽혔던 이들은 하나같이 30대 초중반의 젊은 피였다.

올해 초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자산운용업계의 '갑'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액티브에서 패시브 방식으로 운용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후다.

펀드 매니저들, 특히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에서 이 자금을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부랴부랴 보유 종목을 팔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A 자산운용사 30대 펀드 매니저는 "국민연금이 연초 이후 지수 중심, 결국 삼성전자만 잘 나가는 시장을 만들어줘 종목 플레이를 하던 매니저들은 완전히 고전하고 있다"며 "아무리 종목 발굴을 하더라도 수급이 받쳐주지 않으니 수익률이 높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시장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펀드매니저의 이탈도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운용 전문 인력은 592명, 평균 근무 기간은 5년 3개월이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매니저 수는 586명으로 줄었다. 반면, 평균 근무 기간은 5년 10개월로 늘었다.

12개월이 지난 가운데 근속 기간은 7개월 늘고 매니저 수는 줄었다는 것은 신규 인력으로 어느 정도 보충을 하기는 했지만, 주니어급에서 이탈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중ㆍ소형주, 젊은 펀드 매니저들이 많았던 일부 운용사에서는 30대 매니저들의 엑소더스를 경험하기도 했다.

B 자산운용사 시니어 펀드 매니저는 "지난해까지는 용대리들끼리 서로 올리고 끌어주는 중·소형주 장세가 열렸다면 올해는 큰 손이 배신해 이들 모두 좌절을 겪고 있다"며 "부티크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지만, 가치주 강세가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종목 장세를 기다리고 기회를 노리는 젊은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나와서 부티크를 차린 매니저 출신의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연말 글로벌 경기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미국부터 성장주 강세가 나타나면 국내 증시에서도 다시 한 번 종목 장세가 나타나 크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C 부티크 대표는 "지난 9월까지는 내가 아닌 시장 움직임에 좌우되는 포트폴리오라서 거의 종목엔 손도 안 대고 있었다"며 "이제 국민연금도 다시 중·소형주를 사기 시작했으니 종목 장세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기서 수익률이 더 내려가면 인생역전을 위해 아예 나가서 개인 투자를 하겠다는 매니저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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