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흔하다면 흔한 사조직일 수 있다.

동문들이 모였다. 대학 때도 알고 지냈지만 사회에 나오니 근무지도 가깝고, 취미도 비슷해서 자주 보게 됐다.

강남 지역에서 개인 병원을 하는 의사들 얘기다.

강남, 명문대 의대란 키워드만 갖고 대상을 좁히기는 서울에서 박 서방 찾기다.

어쨌든 이 의사들의 취미는 주식 투자다. 근데 제법 깊이 있게 투자한다. 요즘 말로 하면 '성덕(성공한 오타쿠)'이다.

사재를 모았다. 1억, 2억, 그러다 수백억원이 됐다.

명문대를 나오다 보니 주변에도 어렵지 않게 사업가, 금융권 종사자도 찾을 수 있다. 의대 동문회 말고 '아는 선배의 동기' 등등, 한국 사회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지인이니 말이다.

그렇게 의사 세력이 만들어졌다.

기업 펀더멘털 분석은 증권사 동문이 해준다. 돈이 모자란다 싶으면 사업가 동문이 가세하고 코스닥이나 코넥스 등 작은 회사는 벤처 업계에 일하는 동문이 정보를 넘긴다.

그들이 손을 댄 주식으로는 한때 50만원 근처까지 갔던 코스닥 제약회사 A, 지금은 의료기기 회사 B 등이 있다.

딱히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해당 기업에 대한 비밀 정보를 이들끼리만 유통해서 사들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직접 기업 실적 및 성장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힘이 부치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있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시가총액 1천억원 미만의 주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굴리는 돈이 수백억 단위이다 보니까 주가는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이들이 조금씩 사들여 주가가 오르면 개인투자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한다. 추격매수다. 다른 개인 자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 싶으면 이들은 손을 털고 나온다. A의 경우 현재 고점에서 40% 가까이 내린 상태다.

의사들을 비롯해 주가를 만드는 사조직은 다양하다. 일종의 사모펀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작전 세력'과 한 끗 차이로 보일 수 있다. 미공개 정보 유통과 허위 정보 유포 여부 등이 그 한 끗을 가른다.

동문회를 비롯해 업계 모임, 동년배 모임 등 주식에 투자하는 사조직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발을 붙일 곳은 점점 줄어들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미공개 정보 유통뿐만 아니라 테마주 등 척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투자하는 종목이 단순히 테마주는 아니지만, 어떤 주식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이를 둘러싼 허위 정보 등이 나타나면 당국은 지체 없이 조사에 들어가고 매매에 참여하지 않은 단순 정보 유포자에게도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떤 테마가 생기고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테마성 호재를 믿고 따라붙는 개미들뿐만 아니라 수백억원을 굴리는 사조직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공개 정보의 실질적인 유통 경로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이 아니라 카페와 술집, 그곳에 모이는 사모임이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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