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러시아의 게임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상금을 받는 게임이다. 상금은 2루블이다. 그런데 동전의 앞면이 나오는 한 계속해서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앞면이 나올 때마다 상금은 2배로 늘어난다. 즉 동전을 한번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루블을 받는다. 동전을 던져 또 앞면이 나오면 상금은 2x2=4루블이 된다. 그리고 세 번째에도 역시 앞면이 나오면 상금은 2x2x2=8루블로 불어나고, 다음 차례에는 상금이 16루블이 되는 식이다. 예컨대 30번을 던져 계속 앞면이 나온다면 상금은 2의 30제곱, 무려 10억7천374만 루블에 이른다. 단, 도중에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나고 그동안 쌓였던 상금은 사라진다.

이 게임을 하려고 참가비를 내야 한다면, 얼마를 낼 것인가? - 이것이 오늘의 과제이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할까? 잘만하면 거액을 벌 수 있다. 10억 루블은 몰라도 5억 루블, 하다못해 몇백만 루블 정도야 벌 수 있지 않을까? 상금이 거액이 될 수 있는지라 그만큼 참가비도 비쌀 것이다. 하지만, 비싼 참가비를 내고 시작하였다가 자칫 본전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겠다. 자! 참가비로 얼마가 적당할까?

계산해보자! 가장 공정한 참가비가 되려면 금액은 결국 게임에서 얻어지는 기대수익과 같아야 한다. 동전을 던질 때마다 매번 기대수익(상금x확률)은 1루블이다. 첫 번째 시도의 기댓값은 2x1/2=1이 될 것이고, 두 번째로 동전을 던질 때의 기댓값은 4x1/4=1이 되는 식이다. 따라서 5번 동전을 던질 수 있다면 기댓값은 5루블(1+1+1+1+1)이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이 게임은 동전을 무한정 던질 수 있다. 따라서 전체 기댓값도 역시무한대가 된다. 2x1/2+4x1/4+8x1/8+16x1/16..... = 1+1+1+1.....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하여 무한대의 돈을 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무한대의 기댓값이 있다고 하여 무한대의 돈을 참가비로 낼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학교나 증권회사 같은 곳에서 강의하며 이 문제를 내어보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적은 돈이라도 선뜻 내려 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한다면 이 이야기는 18세기 러시아의 수학자, 니콜라스 베르누이가 제시한 것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St. Petersburg paradox)’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는 유명한 문제이다. 그렇다. 역설, 혹은 모순이다. 왜 사람들은 거액의 기대수익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게임에 많은 돈을 내지 않으려 할까?

정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소액의 참가비라도 내지 않으려는 이유는, 상금이 커지는 것과 같은 비율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64루블의 상금을 받을 확률은 64분의 1이고, 1,024루블을 받을 확률도 정확히 1,024분의 1에 불과하다. ‘계산상’으로 기댓값은 무한대이로되, 실제 피부로 체감하기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움츠러든다.

시장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그리스는 요즘 잠잠한 것 같지만 스페인, 이탈리아는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있고, 이제 실적시즌을 맞는데 각 기업의 실적도 오리무중이다. 거기에다 중국의 경제성장문제며 미국의 경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물 매도포지션 등등 시장을 짓누르는 불확실성은 천지에 가득하다. 이 와중에도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참으로 어렵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요즘 나는 새로운 기술적 지표들을 하나씩 보고 있다. 전에도 이 자리에서 얼핏 언급하였지만, 기술적 분석이랍시고 내내 RSI나 이동평균만 언급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PVI, TRIX, Elder, Qstick 등등 다른 지표들도 얼핏 알아보았는데 의외로(!) 좋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차제에 각 지표들의 계산식, 의미, 해석 등을 본격적으로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다. 연합인포맥스의 차트에도 수없이 많은 기술적 지표들이 있다. 당신은그지표들을 모두 다 이해하는가? 그 작업, 즉 지표들을 죄다 정리, 해설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기대하시라!

오늘은 맛보기로 ‘아룬(Aroon)’이라는 지표를 살핀다. 아룬은 산스크리트어로 새벽 동틀 때의 빛, 즉 여명(黎明)을 뜻한다. 이름이 의미하듯 새로운 추세의 시작을 포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100 근처에 이르면 상승추세가 한참 막바지에 이른 것이고, -100 근처에 이르면 하락추세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코스피지수는 어떤 상황일까? 지난 금요일(7월20일) 기준으로 아룬은 -50을 나타내고 있다. 어정쩡하다. 약간의 하락세이지만 강력한 하락세도 아니고, 하락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실제로 아룬은 6월말 이후 지금까지 내내 -40~-50 언저리를 오가고 있다. 그리고 코스피지수도 6월말 이후 별달리 상승추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대체로 1,800~1,850 수준을 맴돌았을 뿐이다.

아룬이 무언가 극단적인 상태, 즉 +100에 근접하거나 -100에 가까워져야 추세전환을 알리는 ‘여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룬은 -50 언저리에 머물러 있으니 결국 앞으로도 내내 지루한 나날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목균형표를 잠깐만 살핀다. 언뜻 보는 것만으로도 위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구름의 위용이 눌린다. 장마철 먹구름같이 막강한 1,840~1,920까지의 무려 80포인트나 되는 구름을 뚫어내어야 상승추세가 시작될 판. 거래도 부진하고 휴가철에다, 무덥기까지 한, 여름인지라 구름의 저항을 이겨낼 강력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에도 횡보양상,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아룬의 부호는 마이너스(-), 결국 추세는 하락세라는 의미인지라 아룬이 -100 근처에 이르기까지는 슬슬 밀리는 힘없는 장세가 되겠다. 위로는 저항선이 너무나도 또렷한데, 아래로 지지선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답답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아룬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친 김에 달러-원도 같이 살펴보자. 역시 지난 금요일(7월20일) 기준인데, 아룬의 값은 +50으로 나타나 있다. 부호만 보더라도 일단 현재의 달러-원 추세는 상승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러-원의 차트를 아룬과 같이 살피면 흥미 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기술적분석 교과서에서 이르는 대로 아룬의 값이 100 혹은 -100에 근접하면 어김없이 추세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가장 가깝기에는 7월4일이다. 아룬의 값이 -100이었고, 달러-원은 1,132원의 장중 바닥을 만들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부터 달러-원은 상승하여 1,155원까지 치솟았었다.

혹시 이번에도 달러-원의 추세가 극적으로 바뀔까? 아룬으로 보면 당장은 그럴 조짐이 없다. 그때는 아룬의 값이 100에 근접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룬이 기껏 +50에 불과하다. 현재의 달러-원 추세가 상승세인 것은 맞다. 특히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에 아룬의 값이 마이너스권에서 플러스권으로 돌아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룬의 값은 +100 근처에 이르지 못한 상태. 현재의 상승추세가 매우 강력하다거나 혹은 추세가 뒤바뀔 것이라고는 전혀(!)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 가장 그럴싸한 예측이라면 달러-원 환율이 이번 주에는 슬금슬금, 지루하게 상승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그래 보았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스피지수와 마찬가지로 달러-원에서도 장벽처럼 버틴 위쪽의 막강한 구름이 눈에 거슬리기 때문. 잘해야 1,150원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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