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의도 증권가의 올해 여름은 지독한 더위 만큼이나 혹독하기만 하다.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 얘기들이 끊임없이 돌면서 증권맨들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몰래 웃는 증권맨이 있다. 뜻하지 않은 '보너스'를 받는 현대증권 직원들이다.

현대증권 노사는 지난주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퇴직연금 가입 등에 합의했다.

직원에게 유리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 사측이 퇴직금과 별개로 직급ㆍ근무연수 별로 차등해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

연봉을 12개월로 나눈 월급의 600% 정도가 보상금으로 책정됐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지 않은 입사 7년 이상, 15년 미만의 차장급 직원의 경우 보상금으로 5천만원 이상을 내달 20일께 받게 된다.

현대증권은 또 지난 2년간 하지 못했던 임단협을 최근 마치면서 2년치 연봉을 10% 가량 올려줬다.

'신임 김신 현대증권 사장이 파격적으로 쐈다'는 얘기가 증권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증권업계가 올해 최악의 '보릿고개'를 날 것이라는 우려는 현대증권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증권이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앞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오는 26일부터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이 법적으로 금지되는데, 현대증권은 불리한 조건이지만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실시하기로 했다.

15년차가 넘어가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퇴직금 누진제 보다는 어려워도 한 번에 떨고 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은 "몇년 전 퇴직금 누진제를 없앤 삼성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보다 고작해야 100만~200만원 더 받는 것인데 우리에게만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며 "불황이어서 더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줄 건 다 줬으니 이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면서 "회사에서 지점 통폐합은 없다고 했지만, 인원은 좀 줄이지 않겠느냐는 추측으로 술렁인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면서 대형사 중에서는 대우증권만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하게 됐다"며 "장기 근속 직원이 많다 보니 퇴직금 적립에 따른 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곽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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