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중 한 곳에 다니고 있는 모 펀드매니저는 임신 6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아기와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 행복하지만, 그는 "곧 출산휴가를 가게 되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말한다.

그의 회사에선 규정상 출산한 직원들에게 출산휴가 3개월, 이후 육아휴직 1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배 중 1년 이상 쉬고 온 선례는 없다. 1년은커녕 6개월가량 휴직한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산운용사는 물론이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출산한 직원이 1년 가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대부분의 직원이 출산휴가 3개월에 연차를 꾸역꾸역 붙여 100일 남짓 쉬고 온다고 한다.

회사 측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전문직은 특정 섹터마다 담당자가 정해져 있어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대체 인력을 두기도 어려운 구조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이 과거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던 당시 산통을 겪으면서도 매니저들에게 '콜'을 돌렸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연봉 계약직이다. 이는 1년마다 한 번씩 계약서를 작성해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는 고용 불안을 더욱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매니저보다 애널리스트에게 '출산'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근무 강도가 더 센 것은 물론 증권업계 업황 악화에 직면해 리서치센터에서도 수년간 구조조정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업황 악화'와 '출산'이라는 두 가지 악재 아닌 악재를 만난 한 애널리스트는 연봉을 4년 전 수준으로 깎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첫 출산연령은 평균 31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가장 어린 여성 애널리스트가 24세다. 24세부터 31세 구간에 전체 여성 애널리스트의 절반이 몰려있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의 금융권 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워킹맘'으로 살기엔 아직 개선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출산을 앞둔 한 매니저는 "애도 맘대로 못 낳는 게 이 바닥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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