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해 26일 제재한 현대모비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자동차산업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ㆍ을'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부품을 모듈화 해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납품업체에 최저입찰가보다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각종 이유를 꾸며 강제로 가격을 깎은데다 이를 소급 적용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3인방'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그간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영업이익률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중소업체들을 쥐어 짠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11.3%에 달했다. 2분기에는 1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BMW의 12.8%에 이어 2위권 수준이다.

현대차보다 판매량에서 뒤지는 기아차의 영업이익률도 9.5%로 벤츠나 폴크스바겐보다 높다. 올해 2분기에는 두자릿수 영업이익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도 10% 정도로 두 자릿수 수준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은 고급차 라인업 강화와 지속적인 신차 출시, 통합 플랫폼 적용률 향상, 제품 믹스 개선, 인센티브 인하 등의 노력 덕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효과로 현대모비스도 높은 수익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부당납품단가 인하행위로 이들 회사는 그동안 보여 온 성과에 금이 갔다.

현대모비스의 위반금액은 15억9천만원으로 매우 작다. 올해 현대모비스의 예상 매출액은 30조원에 이른다.

현대모비스로부터 모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원가절감 효과는 훨씬 더 미미하거나 없을 수 있다.

또 현대모비스와 함께 공정위 조사를 받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기업이나 계열사와의 거래비중이 90%를 넘어 하도급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다행히 나머지 중소기업과 거래에서는 부당납품단가 인하행위로 인정될 만한 거래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부당납품단가 인하 사례가 적지 않고 현대차와 기아차도 이로 인해 간접적인 원가절감 효과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올들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1차 협력사는 2차, 3차 협력사에 납품단가를 인하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삼성공조가 납품단가를 인하하고 소급적용하다가 3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고,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램프 자회사인 현대아이에이치엘이 일부 하도급업체에 단가를 낮추다가 시정 명령을 받았다.

단가인하 사안은 아니지만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 1차 협력사인 화승알앤에이가 어음 할인료와 어음 대체결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역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올 3월 자동차 부품업체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동차부품 업종에서 원사업자의 부당단가인하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3배 이상 높고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비율도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원가절감을 내세우고 있고 이에 대해 1차 협력사는 2차, 3차 협력사를 쥐어짜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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