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가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이 새삼 강조될 전망이다. 환율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된 가계부채 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일 등 주변 3개국이 환율 전쟁을 벌이면서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트릴레마(Trilemma)의 덫에 걸렸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가세하는 등 환율 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통화정책 차원에서 대응할 여지가 없어서다. 3가지 딜레마라는 뜻인 트릴레마는 자본 자유화(financial integration), 통화정책 자율성(monetary independence), 환율 안정(exchange rate stability) 등 세 가지 정책 목표의 동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일본은 지난주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G2국가인 미국과 중국도 자국 우선주의를 고집하면서 환율 전쟁을 예고한다.

한 때 100조원이 넘었던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잔액이 90조원 아래로 내려서는 등 자본자유화에 따른 부작용도 심화될 조짐이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본 일부가 이탈한 결과다.

우리도 정책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자본 이탈을 방지하고 환율도 방어해야 하지만 1천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혔다.

전문가들도 자본이동을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 등 당국이 금리의 안정적 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계부채가 임계치에 이른 우리가 금리를 올릴 경우 자칫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1천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 금리를 올리지 못하니 환율의 상승(원화 절하)은 어느정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인플레이션도 감내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이라는 경기조절 수단으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지금은 쓸 수 없는 카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해 '금융안정'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처지를 반영한 결과다.

이총재는 신년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정부, 감독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계 부채의 급증세를 안정시키는 한편, 취약계층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공백기에 최종 대부자인 한은이 중심을 잡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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