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 부진과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금융업계의 `갑'과 `을' 관계를 뒤바꿔놨다.

우정사업본부와 증권사 얘기다.

우정본부는 이달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시점을 포착해 2차례에 걸쳐 총 1천500억원 규모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에 나섰다. 증권사에 `긴급' 금리 입찰을 받아 가장 좋은 조건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공모에 참여한 증권사는 첫 번째 입찰은 10곳, 두 번째 입찰은 단 6곳에 불과했다.

현재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가 약 26개사인 것을 고려하면 두 번째 입찰에서는 4분의 1도 안 되는 증권사가 참여한 셈이다.

게다가 일부 증권사는 우정본부가 당초 예상했던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4%대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보통 `노마진'을 감수하고라도 `슈퍼갑'으로 통하는 국민연금이나 우정본부 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증시 부진에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가 더 이상 적자를 보며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때문에 우정본부는 당초 첫 입찰에서 1천억원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딱 절반 수준인 500억원을 투자했고, 1천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던 두 번째 입찰에서는 1천억원만 투자키로 했다.

이마저도 우정본부와 증권사 간 금리 협상을 거쳐 겨우 투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원금보장형 ELS는 채권에 90~95%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옵션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최근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원금보장형 ELS에서 도저히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선정되든지 말든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4%대 초반 금리를 그냥 던져본 곳도 많았다"며 "예전 같았으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우정본부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자금 유치에 매달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우정본부 관계자도 "예전에는 더 많은 증권사가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해 그중 좋은 조건을 선정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오히려 금리를 좀 더 올려줄 수 없느냐고 증권사에 일일이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거래량 감소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업계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산업증권부 신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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