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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송나라는 양공(襄公)이 다스리고 있었다. 송나라는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큰 나라였기에 맹주를 자처하였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지 않으려는 이웃나라들이 반기를 들었다. 제일 먼저 덤벼든 나라는 남쪽에 있던 초나라. 이에 양공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갔다.

전쟁터는 지금의 허난(河南)성에 있는 홍수(泓水)라는 강 인근이었다. 송양공은 강 한쪽에 진을 치고 초나라 군대를 기다렸다. 이윽고 초나라 군대가 강 건너편에 도착하더니 이어서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송양공의 신하 한 사람이 급히 아뢰었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는 지금, 적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러자 송양공은 호통부터 쳤다. “이 놈아, 우리가 세운 깃발이 보이지도 않느냐?” 송양공의 군대 깃발에는 ‘인의’라는 두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송양공의 논리는 간단했다. ‘위기에 있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어짊(仁)과 의로움(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초조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초나라 군사들은 강을 다 건넜다. 신하들이 더 두고 볼 수 없어서 왕 앞에 나섰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넜지만, 아직 진을 치지 않았으니 지금이 공격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러나 송양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질고 정의로움을 표방하는 군대가 아직 대형도 갖추지 않은 상대를 공격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진영을 다 갖춘 초나라 군대와 싸움이 붙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송양공은 부하장수와 병력을 이끌고 초나라 진지 깊숙이 쳐들어갔으나 금세 포위당했다. 송양공의 군대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유능한 부하장수는 대부분 목숨을 잃었고, 그 또한 적진에서 빠져나오다 중상을 입었다. 이듬해 송양공은 부상 탓에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송양공의 일화에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어리석은 대의명분을 내세우거나 불필요한 인정을 베풀다가 오히려 심한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송양공이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었건 제때 공격하지 않았기에 처참한 피해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투자도 같다. 현실에서 골백번 겪는 일이지만, 투자자들도 많은 경우 때를 놓친다. 매수할 타이밍을 안타깝게 놓치고, 매도할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린다. 송나라 양공은 그나마 ‘명분’이라도 있었다. 나름 어짊과 의로움을 베푼다는 숭고한(!) 뜻이 있었기에 공격을 미루었던 게다. 하지만, 현대의 투자자들이 실기하는 이유에는 명분이란 있을 리 없다. 이유는 명백하다. 주저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미룰 때,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논리를 편다. 언뜻 그럴싸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세상에! 주식이나 외환시장에서, 앞날이 확실한 때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너무 늦는 것보다는 차라리 좀 빠른 것이 낫다. 의사결정이 너무 빨랐다면 상황에 따라 다시 한 번 시도해볼 기회라도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늦추었다면 나중에는 더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 이 자리에서 언급하였던 새로운 기술적 지표, 아룬(Aroon)을 한 주일 더 살펴본다. 지난주 초반에 아룬은 -50이었다가 이후 더 하락폭이 커져 수요일에는 급기야 -92.86에 이르렀다. 이미 설명하였듯 아룬의 값이 +100이나 -100 언저리에 이르면 시장이 과열 혹은 과매도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수요일(7월25일) 1,758을 바닥으로 하여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반적인 경우 지수가 상승하면 아룬도 플러스(+)권으로 올라선다. 그래야 옳다. 그러면 상승추세와 아룬의 움직임이 일치하면서 추세가 더 강화되는 법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주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룬은 지난 금요일(7월27일) 마감기준으로 여전히 마이너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코스피지수는 6월4일의 1,776을 바닥으로 반등하면서 1주일만에 1,869까지 치솟았었다. 당시 아룬은 6월4일에는 -100을 기록하면서 그때가 바닥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지수는 상승하였으나 아룬은 내내 마이너스권에서 맴돌았던 것이다.

당시 아룬은 6월4일 이후 나흘 동안 내내 마이너스를 유지하였다, 결국 지수는 그동안은 더 상승하지 못하고 보합권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가 아룬이 플러스로 올라서자 비로소 상승폭을 조금 더 늘렸다.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겠다. 바뀔 공산도 물론 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과 지금이 매우 유사한지라 과거의 움직임을 지금의 상황에 연결한다면 대략 다음 과 같은 결론은 유추할 수 있다.

첫째로, 하루, 이틀 정도는 상승세가 이어지겠으나 아룬이 본격적으로 플러스권으로 올라서지 않는 한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이후에 아룬이 플러스권으로 올라서면 지수는 상승폭을 더 늘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2, 3일 이후에도 여전히 아룬이 플러스로 올라서지 않는다면 만사휴의다. 상승세는 끝나고, 코스피지수가 다시 하락하는 기존의 추세가 되풀이될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일목균형표로 보아 지수의 위쪽에 버틴 구름대가 너무 빤하다. 현 상황에서 지수가 좀 더 오른다손 치더라도 1,820~1,850 정도에 이르면 ‘버벅거리는’ 모습이 되리라 예상한다. 후행스팬이 26일전 주가의 저항을 받는 모습이 거슬리기도 하고...

(달러-원 주간전망)

우리는(정직하게 말한다면 ‘나는’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종종 차트에 나타나는 시장의 움직임을 멋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 달러-원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사실 지난주 초만 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였다. 주식시장도 약세려니와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연일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유로는 1.20 수준으로까지 내려앉았다!). 다만 달러-원 차트를 살피니 일목균형표의 구름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버티고 있었던 터. 차트를 ‘냉정하게’ 살핀다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저항선이 워낙 강력한데, 이런 판국에 달러-원 환율이 상승폭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는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은근히 달러-원 환율이 구름의 저항을 이겨내고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예측이 아닌 ‘상상’ 혹은 ‘추측’을 하였더랬다. 그런데 알다시피 무참하게 틀렸다. 일목균형표가 옳았다. 달러-원은 지난주 초반에 좀 상승하면서 1,150원대 초반의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을 살짝 건드리는 것 같았으나 그것으로 끝. 이내 강력한 저항을 만났고 1,130원대로 추락하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추세는 이제 명확해졌다. 해외에서 달러 인덱스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달러-인덱스의 추이가 어떠하건 혹은 유로-달러가 바닥에서 반등하건 어떻든 그건 부수적인 일이다.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달러-원의 추세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또렷한 하락세이다. 구름의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퇴하였고, PSAR도 매도를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당분간 환율의 하락세는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위로는 구름이라도 있으니 저항선이 어느 수준인지 확실히 알겠는데, 아래로는 지지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저점 1,132원, 그리고는 1,125원, 1,121원 정도가 그나마 지지선이라고 예상되는 수준이다. 일단 심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1,130원선에서 다소 하락세가 주춤거릴 것으로 보이지만…. 글쎄다. 그게 강력한 지지선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다. 그 아래쪽으로 내려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판단된다.

아룬도 살펴볼까? 지난주 금요일(7월27일)을 기점으로 하여 드디어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달러-원이 하락추세라는 것을 여기서 또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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