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처럼 돈 잘 갚는 나라의 국채가 연 3%대라면 충분히 매력이 있다." 지난 주말 홍콩의 한 글로벌 채권 트레이더가 전해준 말이다.

그는 금리 절대 수준,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등을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물건 중의 하나가 한국의 국채라고 치켜세웠다.

▲ 한국 국채 금리 절대 수준은 여전히 매력적 =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매수 여력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선진국 국채도 한 때 연 7%대를 상향 돌파하는 등 정크본드 취급을 받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금 이상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세이프헤븐(safe haven)인 미국채도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미국채 10년물은 지난주말 뉴욕채권시장에서 가격이 전날보다 29-32포인트나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0bp나 오른 연 1.543%를 기록했지만 여전히너무 비싼 채권으로 분류된다.

'채권 왕'으로 통하는 빌 그로스도 이제 미국채 투자를 그만 하라고 권고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로스는 지난주 "위험을 피하고자 미 국채에 투자하면 향후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채 10년물은 지난주말 전일보다 9bp 높은 3.13%에 거래를 마쳤고 20년물도 전일보다 8bp 오른 3.18%를 기록했다.

한은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가 불과 0.13%p 차이지만 절대금리 수준은 여전히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책임감 강한 나라로 평가받는 것도 한국 국채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IMF 구제금융시절 한국이 '금모으기 운동'까지 펼치며 외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졌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는 게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외국인의 국고채에 대한 애정은 지난주 매매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외국인은 국채 4천385억원과 통안채 2천260억원 등 총 6천576억원의 원화채권을 사들였다.

▲ 소버린 펀드들, 한국채 등급 높이라 신평사에 은근한 압력 = 국가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국채에 대한 매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월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각각 한국을 방문해 정부와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를 마쳤다.

기획재정부 등은3대 신평사들이 당장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심 등급상향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부펀드 등이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3대 신평사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국부 펀드들은 최근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며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돼야 국부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한국 국채 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S&P의 평가는 신용등급은 A, 전망은 `안정적'이다. 무디스는 각각 A1,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살아 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 국채가 추가로 비싸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적어도 한 차례 많으면 두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연 3.00%인 기준금리가 결국 2.5% 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평가도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 중앙은행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낮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다른 나라가 금리를 인하하는 데 한국만 동결하면 사실상 인상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기습 인하한 뒤 통화정책을 '마이웨이' 식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총재는 이날"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만큼 오늘 브라질의 기준금리 50bp 인하나 중국ㆍECBㆍ영국 등의 정책방향을 우리도 어느정도 고려하고 있다"며 "한 나라의 금리수준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의 변화에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대로 가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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