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사의 제1원칙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그 물건을 억지로 팔지 말고 스스로 사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미국에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마 회장과 만나기 전, 트럼프는 미국 포드와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상대로 멕시코에 공장을 짓지 말고 미국에 지으라는 요구를 했었다. 이를 본 마윈은 트럼프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건 일자리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하나님이 창조한 최고의 일자리 창출자가 될 것을 맹세한다"며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1순위로 둘 것임을 공언했다.

트럼프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국투자를 발표한 포드·도요타와 달리 마윈은 선제적으로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트럼프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다. 트럼프가 "잭(마윈)은 위대한 기업가"라며 환대했을 정도다.

마윈의 장사 수완은 경색된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 회장은 미국에 투자할 것을 약속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우호적이고 공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에 일자리를 만드는 대신 두 나라가 갈등을 빚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마윈의 대미 투자는 중국 시진핑 정부와 일정한 교감을 갖고 진행됐을 것이다. 중국으로선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려면 트럼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야 하는데, 마윈의 투자 발표는 적절한 때 나온 중국의 묘수로 보인다. 최근 중국 언론들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같은 전략의 연장선인 셈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 들어 중국 외환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자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화두를 던진 한비자(韓非子)의 후예답게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들에게 이익을 주려했다. 트럼프는 세상 모든 일을 '협상과 거래'로 보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업가 출신인 그 역시 중국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을지, 그렇다면 취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환율조작국 문제를 '톤다운(완화)'시킬 것인지, 4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유보할지, 아니면 이런 기대와 달리 중국에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낼지 지켜볼만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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