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보험사들이 은행권 부실채권(NPL) 투자에 관심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험사들이 운용자산 증가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은행 중심의 NPL 매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LIG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지난달 하나다올자산운용과 화인파트너스 컨소시엄 NPL 펀드에 각각 200억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는 연합자산관리와 디스커러비인베스트펀드가 설정하는 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하기로 했다.

동부화재와 교보생명, 새마을금고는 지난 3일 총 750억원 규모로 유나이티드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를 결성해 카드사태 이후 중단했던 NPL 투자를 재개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NPL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NPL이 적정 수익률 달성을 위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생보업계 총자산은 429조4천억원으로 6월 말보다 4조4천억원, 손보업계 총자산은 102조5천억원으로 6월 말보다 3조4천억원 각각 늘어났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주식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고 채권 금리는 너무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에 대응해 NPL 매각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은행 NPL이 보험업권의 투자 '타깃'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특수목적회사(SPC)가 재무제표 연결대상에 포함돼 SPC를 통한 부외처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은행권의 NPL 매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수정 SK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작년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1.5%로 제시했고, 은행들은 이를 바탕으로 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건전선 제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 NPL은 회수 가능성이 큰 채권으로 구성된 데다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보험사 등 투자기관들의 참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다른 기관들의 은행 NPL 투자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수익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다가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올해 1조~2조원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국민은행도 1조원 이상을 정리해 부실채권 비율을 1%대 초반까지 낮출 계획이다.

자산관리공사는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를 위해 작년에 사들였던 규모의 3배 수준인 2조5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올해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의 NPL 규모는 이를 훨씬 초과할 전망이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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