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3일 달러-원 환율은 1,140원대에서 무거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기 시작했다.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은 물론일본과 독일까지 전선이 넓어졌다. 불똥을 맞은 중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환율은 고스란히 달러 약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일 국회에 출석해 "결코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동시에 환시개입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한 엔화 약세 흐름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이지 환시개입 때문이 아님을 돌려말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ㆍ일 양자 통상협정에서 외환정책이 논의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지면서 달러-엔 환율과 유로-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는다면 달러 약세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달러-원 환율도 덩달아 하락할 수 있다.

서울환시는 1,150원선을 내준 만큼 향후 달러 약세 기조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 눈치보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1,140원선을 밑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처방전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 축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미 무역구조를 개선해 흑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겠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수출을 줄인다기 보다는 수입과 해외투자를 좀 더 늘려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58개월 연속 경상흑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86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2015년 1천59억4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지속했다.

한은은 7%대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배럴당 50달러대에 못미치는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유도입단가가 낮아져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제시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 3% 초과, 지속적이고 일방향적인 시장개입으로 GDP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일 경우다. 우리나라는 앞의 두 조건에 부합된다. 이에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비율을 줄임으로써 요건을 덜겠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인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 3%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수입과 해외투자가 급증하거나, 아니면 원화 절상을 그대로 용인하는 등 여러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 그럼에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축소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원화 강세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강세 기대가 줄면 그만큼 외환시장 개입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미 경상수지 흑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지난해 7% 내외에서 올해 5%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에는 5%안팎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점차 장기균형 수준인 3~4%로 이행할 것이라고 봤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 810억달러, 2018년 780억달러로 점차 축소될 것으로 봤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이미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이를 더 줄이는 방안을 찾음으로써 환율조작국 우려와 원화 강세 압력을 동시에 해결하는 셈이다.

서울환시는 이번 주말 미국의 1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전망이 오는 3월께로 물러난 상황에서 고용지표 호조는 달러화를 크게 떠받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1,140원대에서 숏플레이와 저점 매수가 맞물리며 제한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환율은 하락했다.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43.00/1,144.00원에 최종호가됐다. 이는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25원)를 고려하면 전일 현물환종가(1,146.80원)보다 3.05원 내린 수준이다. 저점은 1,138.50원, 고점은 1,143.90원이었다. (정책금융부 금융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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