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프린터 출력 시 자동으로 인쇄되는 워터마크에 증권사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슨 사연일까.

한 증권사에 다니는 A 과장은 지난주 야근을 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까지 보고자료를 만들어 부장 책상에 올려놓기로 했다. 보고자료는 오후 5시에 이미 완성됐지만, 퇴근은 할 수 없었다. 다른 할 일이 많아서도, 윗분들이 퇴근을 안 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프린터'가 족쇄가 됐다.

A 과장의 회사에선 프린터 물을 인쇄하면 용지 오른쪽 하단에 인쇄한 시간과 사원번호, 이름이 워터마크로 함께 출력돼 나온다.

이에 오후 5시에 퇴근한 것을 부장에게 차마 알릴 수 없던 A 과장은 9시까지 남는 쪽을 선택했다.

A 과장의 회사는 이를 가지고 근태에 반영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늦게까지 일하는 게 미덕인 기업 문화 속에서 '5시'에 완성된 보고자료를 올리는 것은 '효율성'보다는 '칼퇴근'의 시그널을 던져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본부장은 연초를 맞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원 수리'를 실시했다.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소원 수리였지만 워터마크로 선명하게 남은 '사번' 탓에 소원 수리는 예기치 않은 '제보자 색출' 이벤트로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사번 노출의 위험을 미리 간파한 직원들은 워터마크로 인쇄된 부분을 가위로 오린 뒤 제출했다. 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한 직원들은 그대로 솔직하게 '기명 소원 수리'에 임하게 됐다.

일부 부서에서는 '보안 해제'를 통해 사번이나 인쇄 시간 등의 워터마크를 없앤 뒤 출력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활동할 일이 많은 부서에 국한된다.

회사 측에서는 보안을 위해 워터마크 삽입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보안 강화'라는 기존 목적 이외에 근태 평가 등의 용도로 워터마크가 사용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직원은 "한 페이지만 수정해도 될 것을 워터마크로 인해 전체를 다시 출력해야 하는 등 업무 비효율도 높다"며 "일부만 수정해 인쇄 시간이 달라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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