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늘 현재 시점에서의 전략에 대해 고민한다. `공격할'때인지 `방어할'시기인지부터, 선별투자를 할 것인지 전면적 투자를 할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규제할 때인지 부양할 때인지 가늠하기란 쉽진 않다. 선택이 잘못됐을 때 파장은 상당하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것이다.

특히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 투자자건 정책 당국이건 최상의 선택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이른바 `체리-픽(Cherry-pick)'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체리-픽'.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서 최대 효과를 누린다는 말이다.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아쉽지만 포기할 것은 과감히 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체리'만을 건져내는 게 중요한 시기일수록 이런 투자태도나 정책적 판단은 중요하다.

의표를 찌르고 핵심만을 건져내야 하는 시기는 대체로 어려운 투자환경이나 복잡한 사정이 엇갈릴 때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대기업들을 떨게하는 `순환출자금지'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이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는 분명 다분히 `꼼수'가 있다.

정당한 지배구조가 아닌 경제정의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발 금융위기의 연장선상이며 경제성장률을 관리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기업의 부도덕한 점을 들춰낼 태세다. 또 다시 경제정책의 포퓰리즘 문제가 나올 법하다.

정치권이나 당국이나 경제문제에 대해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경제와 금융을 외부파장으로부터 최대한 지켜내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 집어들어야 하는 `체리'인 것이다. 다른 것은 일단 접어두고 가장 중요한 걸 집어들어야 하는,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에서 나이트 캐피털(Knight Capital)이라는 금융회사의 주문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로서 개인투자자에겐 그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지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꽤 영향력 있는 중견 금융회사로 인정받고 있는 회사가 시스템 오류로 대규모의 손실을 입고 파산을 면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이트 캐피털은 하루 거래량이 200억달러에 달하는 전문 대형 투자기관이었다. 이러한 전문 기관이 시스템 오류로 3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4억달러의 손실을 입는데 걸린 시간은 단 45분에 불과했다.

수십 년에 걸쳐 키운 기업 지분의 대부분을 단 45분간 발생한 시스템 오류에 대한 대가로 지불한 것이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속도화, 자동화된 금융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지만,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다른 부분이다. 바로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의 중요성에 대한 되새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집어들지 않은 댓가는 참혹할 정도로 냉정하다.

나이트 캐피탈은 시장조성자다. 따라서 거래 기회를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고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유지하는 것은 이 회사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핵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의 경제에 대한 정책들에 있어 본말이 전도된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문제의 해결 또는 시장과 기업의 성장이 목적이 아닌, 다른 의도의 정책들이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정치권 스스로의 생존에 방점이 찍힌 대중영합적 정책의 추진은 핵심을 놓치고 정파적인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체리'를 못 건지게 되는 꼴이다.

설익은 경제민주화 논쟁이나 경제 계층간의 분열을 조장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대중영합적 정책들은 일순간 달콤하게 들릴 수 있으나 정책의 핵심이라 할 경제의 성장에는 해가 될 뿐이다.

수십년 쌓아온 기업이 무너지는데 45분이면 충분한 세상이다. 혼란스러울 수 있는 화려한 수사들을 제쳐두고 무엇이 핵심인지, 핵심이 외면받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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