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한재영 기자 = 급격한 거래대금 위축으로 불황에 허덕이는 증권가에서 일부 중소형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실적을 기록해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1분기(4~6월) 증권회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KTB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이 각각 191억원과 1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등 대형사와 나란히 실적순위 5위권에 진입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대규모 자회사 배당금 등 1회성 요인으로, 신영증권은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다각화된 사업구조로 불황기에도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TB투자증권은 자회사인 KTB네트워크에서 올 1분기 약 200억원의 배당금이 들어오며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KTB네트워크는 벤처캐피털 전문업체로 KTB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KTB네트워크는 테라세미콘과 중국 교육관련 기업 등에 투자해 지난해 상당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 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면서 증권사 수익 개선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KTB네트워크는 약 7년 동안 투자해왔던 테라세미콘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약 25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신영증권은 약 40년 동안 연간기준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불황에 강한 증권사다.

전체 수익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 미만일 정도로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업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증권회사 실적 1위를 기록한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수익이 감소했지만, 신영증권은 오히려 전년동기(145억원) 보다30억원가량 이익이 늘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보다 특별히 잘했다기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B 비즈니스 틀도 비교적 잘 갖췄고, 자기자본투자와 파생상품 쪽에서도 이익이 나고 있다"며 "단기적인 업황에 따라 사업을 크게 확장하거나 축소하지 않아 시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귀뜀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증권사 순위 20위권에 머물렀던 NH농협증권이 7위권까지 뛰어올랐고, 메리츠종금증권과 동양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와 17%가량 당기순익이 늘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은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수익이 별로 좋지 못했다"며 "다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인수 매출과 파생결합증권(DLS) 등 리테일 외에 특화된 부분에서 수익이 발생해 전체 실적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종금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어 업황 자체에 크게 실적이 좌우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예대마진과 채권투자, 금융자문 등에서 꾸준한 실적 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시장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리테일 외에 IB나 채권, 파생상품 운용 등으로 사업 부문을 다양하게 가져간 중소형 증권사들이 눈에 띄게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시장 상승기에서는 성장세가 다소둔화될 우려가 있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각 증권사 상황에 맞게 사업 다각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sshin@yna.co.kr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