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실적 때문에 울상이다. 그동안 노력으로 다변화한 포트폴리오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도 쉽지 않다. 인수 실탄보다 어쩌다 찾은 기업도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14일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글로벌 경기, 특히 발주처가 몰린 유럽의 경기 회복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3조3천524억원의 매출액에 2천6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2.1%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13조7천4억원의 매출액에 3천5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매출액이 2.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65.2%나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유럽발 경제 위기로 수주 감소는 물론이고 과거 금융위기 이후 저가로 수주한 실적이 지난해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다각화됐다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은 조선사가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해외의 육상과 해양 플랜트 발주 자체도 주춤하다. 업황 부진 탓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 관련 공장도 일부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 투자 계획도 보류했다.

M&A도 조선사에는 어려운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KT와 한진해운 합작사인 해저 광케이블 전문 기업 KT서브마린 인수를 검토 중이나 워낙 작은 기업이어서 설사 인수한다고 해도 모멘텀으로 삼기는 부족하다. KT서브마린의 시가총액은 800억원 수준이다.

또 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매물로 나온 엔진제조나 신재생에너지 분야 업체 인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현재는 인수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부실이 너무 깊은 업체도 있고 가격이 맞지 않는 업체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M&A를 반대했다는 소문도 있다.

대규모 M&A를 하기에는 실탄도 부족하다.

올 1분기 말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연결 기준 3조7천억원에 이르지만, 별도로는 1조1천억원대이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2조2천억원대, 별도로는 4조3천억원대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연결기준 차입금보다 현금이 약 2천억원 가량 많다. 현대중공업보다 사정이 나은 셈이다. 그러나 2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금으로 재무 완충력을 고려할 때 대형 M&A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19.1%)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은데다 거액을 들여 업황이 좋지 못한 기업을 인수하는 곳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조선사가 갑자기 가정용 정수기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며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과거 저가 수주 영향까지 겹친 조선사가 반등 기회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IB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럽 쪽의 기업 매물이 넘쳐나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아니면 아예 너무 부실한 경우가 많다"며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시킬 확신만 있다면 모르겠으나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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