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고유권 기자 = KTB 사모펀드(PE)로 매각이 예정됐던 웅진코웨이가 결국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팔렸다.

웅진그룹과 MBK는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본계약서에 서명했다.

양측은 계약서에 3년 이후 MBK가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가장 먼저 매입할 권리를 갖도록 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명시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서둘러 재무개선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되, 자신의 피땀으로 일궈낸 웅진코웨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웅진그룹와 KTB PE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SPC의 지분은 KTB PE가 60%, 웅진홀딩스가 40%를 갖는 구조다.

웅진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웅진코웨이의 본질 가치와 매각 가치를 극대화 해 4년 후 지분 전량과 경영권을 더 높은 가치로 매각하거나 우선매수권을 통해 웅진그룹이 다시 사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SPC 설립 등 관련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데다, SPC 설립을 위한 출자금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자금은 8천억원 수준이었다.

매각을 결정할 당시 내심 최대 1조5천억원까지 기대했던 윤 회장의 기대에는 한참 떨어졌다. 더군다나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인 웅진코웨이를 내놓는데 시장 평가도 좋지 못했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그룹의 확대된 사업과 재무위험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웅진홀딩스의 장ㆍ단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기도 했다.

따라서 인수전에 참여했던 MBK에 매각해 약 1조2천억원을 온전히 받고 나중에 다시 사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다.

웅진그룹이 MBK로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고 발표한 16일에도 시장에서는 '정말 MBK로 확정된 것 맞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간 매각 작업이 혼선에 혼선을 거듭해 온 탓이다.

웅진그룹은 당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GS리테일을 인수자로 염두에 뒀다가 MBK와 교원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냥 늦춰왔다.

합작사 설립으로 국내에서 웅진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중국에서 정수기 사업을 펼치겠다는 콩카그룹의 제안도 무시하지 않았다. 실제로 콩카그룹과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던 웅진 측은 공식 발표도 준비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 이견이 노출되면서 콩카그룹도 제외됐고 KTB PE를 택했다. 그러나 하루빨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자 MBK로 인수자를 다시 바꿨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말 연결 기준 1조9천억원(별도기준 약 1조원)에 달한 웅진홀딩스의 차입금을 서둘러 해소하고 경기 침체에 따른 태양광 사업과 건설 부문의 어려운 사정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그 과감성에 '과연 윤석금이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그룹 캐시카우를 매각하는 만큼 효과가 확실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수성가한 CEO의 공통점은 오히려 재벌가보다 손에 쥔 것을 잘 놓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갈수록 웅진코웨이에 대한 윤 회장의 미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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