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심경이 불편하다. 한국은행은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나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 부채의 부실화 우려를 강조하는 등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최근 한 모임에서 우리나라 주택가격이나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은과 KDI의 분석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문가에 문의한 결과 스페인처럼 한꺼번에 20%나 주택가격이 폭락하거나 일본식으로 장기침체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는 게 박 장관의 진단이다.

그는 실제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2008년 고점 대비 전국 평균 9.8%가 더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수도권 주택가격이 3% 내리고 특히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5% 하락한 데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주택가격에 대한 우려를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 3구, 분당, 과천, 용인 등 일부 지역이 고점 대비 두자릿수 하락하면서 이런 우려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밖에김포 한강 신도시, 인천 청라 신도시 등에서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한 데 따른 집단 민원이 발생한 것도 부동산 가격 폭락 우려를 증폭시키는 데 한 몫했다는 게 박 장관의 분석이다.

그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지나치게 오른 데 따른 가격 조정의 성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로 여길 정도의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택가격이 15% 더 하락하면 IMF 구제금융시절에 버금가는 위기가 온다며 테일리스크를 지적한 한국은행이나 거시경제여건이 더 나빠지면 부채상환 여력이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부실가구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 KDI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언론이 테일리스크와 하방위험만 지적하는 데 전체적으로 안정화 가능하고 연착륙시킬 수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론이) 언급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가계의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아직은 추경을 편성할 시점이 아니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추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8.8조원의 추가 지출을 예정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추경의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 금리 등 통화정책의 효과도 제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자칫 추경 카드를 남발하면 재정건전성만 망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 이후 일본의 장기 침체도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발생했다"며 추경 편성론자들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동안 발언 등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지금 제한된 상황에서 잘 대처하고 있는 데 불필요하게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가계부채 감상법이 옳았는지는 올해가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