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경제 활성화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했으나 유럽과 일본은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인다.

미국은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강력히 예고하고 있다.최근 공개석상에 등장한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앞으로 세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다. 이렇게 되면 연준은 분기당 1회씩 금리를 올리게 된다. 애초 시장에선 6월과 12월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현재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유럽에선 최근 경기회복세가 완연히 나타나고 있으나 프랑스 대선 등의 변수가 있어 쉽게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다.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극우파인 마리 르펜이 득세하면서 유로화가 급락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에 긴축정책을 고민할 때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근 르펜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유로화가 반등하는 등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적인 변화를 줄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며 고용창출이 활성화되는 등 경제회복의 기틀을 다지고 있어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간간이 제기된다. 그러나 대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통화정책에 손을 대기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고민은 환율이다.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가치가 오르고 엔화가 하락해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엔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4월 중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다. 섣불리 나섰다간 환율조작국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현재로선 추가 완화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미국이 나홀로 긴축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각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정책에 손을 대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난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세계적 흐름으로 유행했던 글로벌 공조 체제는 이제 완전히 무너졌다. 트럼프 시대를 맞은 지구촌은 이제 각자도생을 넘어 나부터 살고 보자는 자국 우선주의 시대를 맞이했으며 각국의 경제·통화ㆍ무역 정책도 그에 따르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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