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시간의 폭력성
<최기억 칼럼> 시간의 폭력성
  • 승인 2012.01.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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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 유한한 인간을 사랑했는데,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는가"

남 부러울 것 없었을 법한,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도 죽음에 직면해 가톨릭 몬시뇰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차동엽 신부 지음,'잊혀진 질문',명진출판).

어찌 이 회장만의 회한일 수 있겠는가, 유한한 존재인 우리 모두의 의문이기도 하다.

새해 들어 벌써 첫주가 훌쩍 지나갔다.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차별이 없다. 권력자나 거부(巨富)에게도, 시한부 환자에게도 공평하게 폭력적이다. '시간의 쓰나미'는 어떤 대상도 예외 없이 무릎을 꿇게 한다. 이런 냉혹한 시간이지만 착한 점도 한가지 있다. 아무리 큰 고통을 주더라도 반드시 지나가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Flow)에 둥둥 떠 여행하는 실존적 존재들이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딱 부러지게 나누어 지지 않는다. '현재'라고 외치며 탁자를 탁 치는 순간, 이미 '현재'는 흘러간 과거다. 무한대로 미분(微分)이 가능한 시간은 포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정 지점에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정지'가 아니라 '흐름'의 개념이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이 존재한다. 물리·자연적 시간, 역사적 시간, 심리·생리적 시간이다. 물리·자연적 시간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없지만, 역사적 시간은 인간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심리·생리적 시간은 개인의 생리조건이나 경험의 질과 양에 좌우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예컨대 어릴 적 생리적 변화는 장년기·노년기의 변화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장년기를 지나면 세월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고, 강렬한 경험이 많이 쌓이면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심리·생리적 시간은 주관성이 강한 개인적인 시간이다.

시간은 또 금융시장이라는 공간과 만나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펼쳐보인다.

시장에서 매매란 결국 시간을 사고파는 기술이다. 요체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때(Timing)'를 선택하는 문제다.뿐만 아니라 시간은 화폐와 만나면서 가격(Price)을 형성한다. 화폐 가치가 시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유한한 탓에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무한한 존재'라면, 모든 금융시장의 가격 질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대(地代)와 이자, 수익률의 개념도 바뀐다. 의미 있는 것은 의미가 사라지고, 무의미한 것이 의미를 띄게 될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여전히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시간의 비밀에 대해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고 실토한다. 올해도 모든 이가 물리적으로는 변화없는 365일을 보내겠지만, 역사적 경험과 심리·주관적 시간은 각자가 새롭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본부장)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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