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대해 작심하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그 배경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환시 참가자들은 박 장관이 달러화가 그동안 저항선 역할을 하던 1,165원선을 넘어 추가 상승을 시도하는 시기에서 강경 발언을 내놓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국이 달러화의 추가 상승에 대해 불편한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진단하면서, 달러화의 상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장관은 전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박 장관은 "환율의 급격한 쏠림은 어느 방향이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변동성 최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오늘도 시장에서 환율이 절하되는 흐름을 보고 왔다"고도 언급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축소는 외환당국이 각종 정책방향을 설명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장관이 특정일의 시장 흐름을 지적한 데다 '쏠림'과 같은 민감안 용어를 동원해 강조한 것은 이례적으로 풀이된다.

전일 환시에서 달러화는 하락 출발한 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장중 1,166원선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추가 상승 기대가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달러화가 1,165원선을 넘어선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이 갑자기 전해졌던 지난해 12월19일과 20일 이후 처음이었다.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달러화는 지난해 10월초 이후 약 석달 가량 1,165원선 부근을 고점으로 추가 상승이 제한되어 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처럼 단기 저항선 역할을 해온 달러화 1,165원선이 돌파된 시점에서 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전일 달러화가 역외 매수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장중 상승폭이 6원 남짓이었을 정도로 '쏠림'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면서 "특히 전 거래일 대비로는 2~3원 남짓 오르는 상황에서 장관이 우려를 표한 것은 쏠림에 대한 경계라기보다 달러화 레벨이 당국이 불편해하는 수준에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정부가 잇따라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하는 점과도 연결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른바 '물가 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는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도 당국의 달러화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당초 달러화 1,165원에서 1,170원선 사이에서는 물가안정 의지에 따른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상승 속도가 제한적일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해당 레벨에서 박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진 만큼 경계심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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