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의 수익성 평가 때 당기순이익이 아닌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EVA를 활용한 국내 일반은행의 최근 실적평가' 보고서에서 일회성 수익이 포함된 당기순이익의 경우 EVA보다 과대평가돼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많이 증가했지만, 이를 추세적인 개선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당기순이익은 통상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데 유가증권 처분이익 등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회성 요인이 포함되지만, 자본비용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EVA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순가치 증가분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세후 순영업이익에서 투입된 자본에 대한 자본비용을 차감해 산출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EVA가 당기순이익보다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기업의 재무적 목표에 더욱 부합하는 평가 지표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EVA는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과 달리 그 계산과정에서 자본비용을 고려함으로써 기업의 진정한 경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은행의 당기순이익과 EVA는 비슷한 추세를 보였으나 2013년 이후 두 지표 간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8.8% 늘었고, 이중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은 11.3%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EVA는 각각 38.4%와 48.7% 감소했다. 두 지표 간 괴리는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2015년에는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과 EVA는 각각 15.8%와 39.9%씩 줄었고, 시중은행은 각각 21.3%와 68.7%로 감소했다. 영업과 관련된 실질적인 수익이 최근 들어 더욱 급감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하며 마진 축소 압력이 시중은행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은행의 실적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단 보수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은 일회성 이익을 내부 유보나 배당으로 전환하기보단 희망퇴직 등 은행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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