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 흐름의 키는 다음 달 2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합의를 연장할 것인가에 달렸다.

지난 3월 말 열린 OPEC 공동감시위원회에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OPEC이 감산합의 연장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가 유보하는 태도를 내비치면서 국가별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3일 연합인포맥스의 원자재부문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852)에 따르면 유가는 올해 2분기까지 54.67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폴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5월 OPEC 회의가 있기 전까지 유가가 55달러를 넘지 않는 게 감산합의 연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유가가 4~5월 초 중 55달러를 터치할 경우 시장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올라왔기 때문에 오히려 감산합의 연장에 역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5월 OPEC 회의서 러시아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며, 그동안 우려하던 미국 원유재고 부담은 최근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유가는 OPEC 회의서 감산합의 연장이 결정된다면, 연말 57.07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 감산합의 연장에 쏠린 눈…러시아 동참할까 = 원자재 폴에 참여한 국내·외 29개 기관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올해 2분기에 평균 54.67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에는 56.15달러, 4분기에는 57.07달러로 60달러를 향해 천천히 전진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SC)가 올해 2분기 유가 전망치를 평균 배럴당 65달러로 가장 높게 제시했고, 산탄데르은행이 48.58달러로 가장 낮게 추정했다.

국내 기관 폴 참여자 중에서는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이 올해 2분기 유가 전망치 평균을 58달러로 내다봤고,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이 51달러로 가장 낮게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유가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열쇠는 오는 5월 OPEC 회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이달 중순 예정된 공동감시위원회 회의에서 5월 감산합의 연장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올해 1분기 WTI 가격은 작년 4분기 대비 약 5.8%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 3월 31일(현지시각) 기준 50.60달러로, 다시 50달러를 회복하면서 이달과 5월 초에 유가 흐름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은 하반기 유가 향방을 결정짓는 감산합의 연장 여부와 미국 원유재고 및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세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달 중순 열릴 OPEC 공동감시위원회에서 OPEC 감산합의 연장에 대해 산유국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할 것인지와 미국 셰일오일 산유량의 증가세가 점점 가팔라지느냐의 여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달 공동감시위원회 회의가 유가 흐름에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연구원은 "만약 이 회의가 열릴 당시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감산합의는 연장되고 5월 OPEC 회의도 무난히 감산합의 연장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5월 유가 흐름을 바탕으로 결국 열쇠는 5월 OPEC 회의가 쥐고 있다며, 현재 감산합의에 유보하는 입장인 러시아가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비OPEC 감산 의무의 54%를 차지하는 가운데, 현재 단계적 감산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만약 유가가 4~5월 초 50달러 초 부근에서 움직이면 하방을 확인했다는 인식에 미국 원유재고가 줄고, 감산합의 연장에 따라 하반기에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유가가 55달러 수준까지 올라선다면 오히려 감산합의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그동안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이 감산합의 이행에 동의한 것이 배럴당 50달러를 방어하는 지지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달에 유가가 너무 빨리 상승하면 이러한 합의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시추장비(RIG:리그) 수와 원유재고 등 미국발 증산 우려는 아직 남아있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와 OPEC 회원국의 감산 연장 가능성도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공급 과잉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감산합의 연장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는 곧 유가 급락을 의미하므로, OPEC 회원국과 비OPEC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상반기 내내 긴장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가 WTI 컨센서스 결과, 인포맥스 8852화면>

◇ 상반기 美 원유재고 부담은 낮아 = 다만, 앞으로 유가 흐름에 긍정적인 요인은 미국의 원유재고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는 공급 과잉 측면에서 국제유가 하락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공급 과잉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유가가 상승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원유 재고 증가 폭이 큰 폭으로 축소된 것은 아니므로, 공급 과잉 우려를 더 낮추려면 OPEC과 비OPEC 국가 간 감산합의가 연장돼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리비아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이후 발표된 미국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87만 배럴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의 전망치였던 140만 배럴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서 연구원은 "이는 최근 미국 정제시설들의 가동률이 상승세를 보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며 "연초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원유재고의 증가세가 둔화하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일부 해소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SC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증가하는 시기가 끝나간다"고 진단했다.

심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2분기에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줄어드는 시기"라며 "최근 미국 정제시설들의 가동률이 올라오며 원유재고는 더 빠질 수 있고,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산유국의 원활한 감산합의 이행과 2분기 드라이빙 시즌 수요 증가로 유가는 올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오는 17일 발표되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의 증가세가 가팔라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상반기 주요 이벤트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이라며 5월 감산합의 연장은 큰 잡음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올해 안에 60달러를 돌파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원자재 폴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올해 2분기 평균 56.42달러에서 3분기 58.45달러, 4분기에 58.6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두바이유가 60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는 올해 2분기 평균 56.13달러, 3분기 57.71달러, 4분기 58.60달러를 나타낼 전망이다.







<두바이유 컨센서스 결과>







<브렌트유 컨센서스 결과>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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