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부 은행계열 증권사에서 규제 차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독립 계열 증권사들과 달리 은행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인 자기자본비율(BIS)까지 고려해야 해 적극적인 투자결정을 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따라 건전성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은행계열 증권사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금융지주 자회사로서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잡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딜 등에 투자할 경우 금융지주의 BIS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시적으로 은행계 증권사에 BIS비율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리스크관리협의회에서 NCR과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 모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독립 계열 증권사들에 비해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더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계열 A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산업이다. 기업금융(IB) 딜 같은 경우 물건을 사서 외부에 셀다운하는 게 많다. 대부분의 경우 리스크를 다 검토하고 큰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딜만 진행하는데, 그럼에도 셀 다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지주 BIS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모가 큰 딜은 아예 시도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괜찮은 딜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조원짜리 딜 하나를 하는 게 훨씬 낫지만, 리스크가 동시에 잡히지 않아 건전성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는 1천억원짜리 딜 10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B은행계열 증권사 관계자도 "NCR과 BIS비율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다. 증권사 투자 결정이 BIS비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스크관리협의회를 열었을 때 NCR과 BIS 비율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C 은행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리스크협의회에서 특별히 BIS비율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금융지주에서 BIS비율에 영향을 미칠 만한 건에 대해서는 로(Raw)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로 하여금 기업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보이지 않는 규제 때문에 은행계열 증권사의 어음 발행 규모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발행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 외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고 NCR 산출기준을 완화하는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대해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해줬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법 해석상에 이견이 발생할 요인이 있어 금융당국의 추가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업과 증권업은 성격이 달라 같은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금융 활성화를 추진하는 만큼 초대형 IB 출범을 앞둔 지금이 계열사로 인한 규제차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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