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채권단 협약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면서 4년전 동양그룹 해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동양그룹 해체 과정을 대우조선도 따라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크본드 동양그룹 회사채 인기몰이에도 당국은 불구경

동양그룹은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이미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정크본드(junk bond: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수준으로 전락한 동양그룹의 회사채 금리 수준을 보고도 구조조정에 미온적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동양그룹 회사채 등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워낙 많아 여론 악화를 우려했던 탓이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선거가 끝난 뒤 채권시장에서 가장 먼저 퇴출됐다. 늦은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커졌다.

당국은 동양그룹 정리를 미루면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 동양그룹의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락 조정될 때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한국기업평가는2013년 9월 동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B'에서 '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도 동양의 장·단기신용등급을 각각 'B+', 'B-'로 낮췄다. 동양레저 등 계열사 단기신용등급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모두 투자 부적격 정크본드라는 의미다.

동양그룹은 그룹 소속 증권사 등을 통해 정기예금 3% 시대에 7~8%의 고수익을 내세워 개인 투자자들에 인기몰이를 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경고 시그널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국민연금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 막은 관료들

국민연금은 2015년 대우조선 회사채에 대한 조기 상환권을 확보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5년 상반기 3조2천억원 가량의 어닝쇼크를 내고 부채비율이 790%로 급등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회사채 조기상환권을 확보했다. 대우조선 사채관리계약서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500%를 넘으면 기한이익 상실로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권이 생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회사채를 계속 들고 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상환권 포기가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정황도 드러났다.박근혜 정부는2015년 10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대우조선해양의 회생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세들의 뜻에 따라 지원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2015년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을 가로 막아 연금가입자들의 피해를 키운 책임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규명이 필요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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