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7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루만에 7.5% 폭락했다. 미국 법원에서 열린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사실상 완패했다는 실망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14조원 가량 줄었다.

이날 주목할만한 것은 연기금과 국내 기관의 삼성전자 매도세였다. 하루동안 연기금이 14만주, 투신이 12만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투신의 매도 물량만큼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한국 간판 기업이자 글로벌 스타군에 속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이렇게 대량으로 순식간에 버렸다는 건 투자의 방식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삼성이 애플에게 미국 법원의 판결대로 보상한다고 해도 10억5천만달러라는 금액은 올해 삼성 예상 순이익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갤럭시 S3등 향후 판매는 누적된 리스크를 지고 가겠지만 이익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증권가에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유력 증권사들의 예상으로는 삼성이 애플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보다는 원만히 합의할 가능성이 높고, 배상금 규모도 삼성전자의 실적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며, 실적개선 추세도 유효해 주가는 단기하락 후 재반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공학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직전인 24일과 판결 이후인 27일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의 변화는 거의 미미했다. 주가가 7% 이상 폭락한 것과는 무관하게 실적 전망은 유지되는 모습이다.

27일 삼성전자 폭락의 주범은 연기금과 투신권이었다. 자산 운용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기관은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기금과 기관은 이날 28만주의 삼성전자를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은 14만주, 개인은 17만주를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의 경우 미국 법원 판결 직전인 24일에는 삼성전자를 4만주 가량 순매수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영업일인 27일엔 14만주를 내다 팔았다. 손바닥 뒤집듯 매매를 한 셈이다. 중장기적인 전략이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일까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투자는 냉철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연기금과 투신은 모두 국민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냉철하지 못한 매매 패턴은 더더욱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물론 기관들의 변명은 있다. 펀드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비중을 크게 늘려놓은 삼성전자에 대해 차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가득 담은 대형 운용사들의 최근 일년간의 수익률은 손실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연기금도 마찬가지로 운용 성적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소심하고 내공없어 보이는 전문기관들의 `투자 기술'은 투자자들에게 여지없이 실망을 안길 만하며, 시장과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에 대해 두둔하는 말이 아니다. 외국인 주도의 장세를 매번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한국 증시의 저변에 대한 탄식이다.(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