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돈봉투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사실 누구나 그러리라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으나 소리 내어 논의하지 않았던 사안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실명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자 그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져가는 모습이다.

여야를 떠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소중한 표를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는 벌써 사라졌어야 할 후진적인 행태일 뿐 아니라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이미 연이은 선거패배 및 민심이반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부 정치권은 이번 사건으로 거의 그로기 상태에 몰린 모습이다.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항변하거나 애써 문제를 부인하고 외면하려는 모습도 보이나 한국에서 앞으로 표를 매수하는 행위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많이 늦은 감이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라 할 것이다.

또 하나 긍정적인 현상은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이었다거나 그리하지 않았으면 정치인으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던가 하는 등의 핑계 섞인 변명이 아직까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권 스스로도 돈에 의해 표가 팔려 다니는 것에 대해 용납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며 앞으로 희망을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과 유사한 사건이 최근 기업 쪽에서도 발생했다. SK그룹의 경영자들이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주주들의 투자자금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용하여 큰 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돈봉투 사건과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그러나 유사성은 거기까지다.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실제 책임자가 아닌 연루자가 책임을 지고 문제를 종결하려는 움직임과 이익단체를 통해 기업가 정신 운운하며 구명활동을 벌이는 등 구시대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같은 업계에서 조차 배임, 횡령을 처벌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과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이다.

과거 한국을 대표하던 한 경영인이 그랬던가. 한국의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권은 4류라고. 최근 한국 경영자들의 행태가 지속된다면 그 순서가 크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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