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가운영정책의 뼈대는 예산과 세제다. 정권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손대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문화융성 대표 정책을 재벌 상대의 모금 활동에 의존하다가 뇌물혐의로 탄핵까지 당했다.각종 정책이 예산과 세제에 의존하지 않고 시행될 경우 얼마나 큰 후폭풍이 생길지 알 수 있는 타산지석이다. 기획재정부엔 예산실과 세제실이 있다.

새 정부가 일자리 정책과 4차 산업 대비 등을 철저하게 기재부를 통해 이끌어 가야 하는 이유다.



◇재정 건전성 잣대부터 바로 잡아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리의 염려는 유별나다. 방만하게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정을 어떤 기준에서 무슨 용도에 우선 써야하는 지에 대해선 정돈된 목소리가 없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재정 통계와 건전성 기준을 확립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정부의 총수입(372.5조)에서 총지출(351.5조)를 차감한 통합재정수지는 작년 11월까지 무려 21조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금융기구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각종 경제통계를 작성하고 비교한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우리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유일한 흑자국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의 세금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OECD의 세수 통계서(Revenue Statistics)에 따르면 2014년 회원국 전체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34.4%로 역대 최고치였다. 우리는 24.6%로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19.5%)와 칠레(19.8%) 뿐이다. 조세부담률이란 GDP대비 총세수(Total tax revenues)의 비율로 세금외에 국민연금·의료보험료·산재보험료 등 사회보장금액(Social Security)이 포함돼 국민부담률으로도 불린다.

세금을 적게 걷어서도 남겼으니 그만큼 재정정책이 자린고비 수준이라는의미다.



◇ 모피아의 지적포획을 경계해야…4차 산업도 예산에서 출발

기재부가 '고도의 집단적 사고(group think)와 지적 포획 현상(intellectual capture)'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1년 '금융 및 경제위기 과정에서 IMF의 행적 보고서'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두 개념은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주류였던 신고전파 경제학(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시장이 항상 옳다며 효율성만 너무 맹신했다. 시장에 대한 맹신은 규제 완화로 이어졌고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보고서가 말하고 싶었던 골자다.

모피아로 불리는 기재부 관료들도 자린고비 조세부담률과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일자리가 민간의 몫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은 기재부의 예산 편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특정 부처가 주도할 게 아니라 국가적 역량을 4차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투입이 우선이다. 재벌과 지역이 연계해서 추진한 창조혁신센터 등의 보여주기식 정책은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새 정부는 기재부를 독려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재정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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