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66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해외투자에서 외환 리스크를 제거하기로 했다.

환헤지에서 환오픈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변화에 업계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12일 국민연금기금은 해외 주식, 해외 대체투자, 해외 채권의 환헤지 비율을 2017년 말 50%, 2018년 말 0%로 낮추는 완전 환오픈을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협소한 국내 외환 파생상품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이 대규모 외환스왑거래를 할 경우 거래비용 급증, 외환시장 충격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은 2014년 말부터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시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재 100% 환헤지를 하고 있는 해외채권도 중장기적으로 0%로 낮출 예정이다.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으면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연금기금 전체로 보면 다른 자산의 변동성이 줄어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 금리 상승 국면에서 환헤지 전략을 유지하면 수익률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지난해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1년짜리 선물거래 환헤지 비용은 약 0.8% 올랐다.

국민연금기금은 이에 환헤지 비용을 아끼고, 투자 시점보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벌어진 수익률 격차를 활용해 50% 환헤지 전략을 쓰는 다른 기관과 비교해 연간 수익률에서 3~4% 격차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연기금들은 보통 채권 등의 확정 수익에 대해서는 환헤지를, 주식 등의 변동성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환노출 전략을 쓴다.

환노출을 실시한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는 2016년 말 적립금의 27%인 150조 8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기금의 환헤지 0% 결정은 기금포트폴리오 변동성 최소화를 위해 0% 헤지가 최적이라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것임을 증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부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인 만큼 중장기 목표대로 충실히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용성과에 더해 환변동까지 포트폴리오 수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과 해외 대체자산이 국민연금기금 총 투자자산 535조원 중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23조원이 넘는 해외 채권도 환헤지 하지 않으면 전체 포트폴리오 중 총 131조원이 환변동에 노출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 운용에서 높은 수익률 만큼이나 중요한 게 안정성"이라며 "몇년간은 환노출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반대의 수익률 저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주식 투자 환노출 펀드 수익률은 2.5%인 반면 환헤지형은 -3.5%로, 손실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기금의 환헤지 0% 전략은 2016년 초부터 제기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해외 투자시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달러화 환헤지 비율은 0%라는 결론을 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최적 통화수요 추정 모형' 활용해 '최소-분산 헤지 비율' 추정 결과 해외 투자비중이 15%(해외주식 11%, 해외채권 4%) 가정 시 최적 환헤지 비율은 30%라고 도출했다.

헤지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환율에 노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환헤지 범위를 0~100으로 한정하면 0%가 최적의 해라는 것이다.

해외투자 비중이 25%, 35%일 때도 환헤지 0%가 유리하고, 투자 비중에 관계없이 환헤지 0%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5년 말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환헤지 비율 변경 및 외환관리체계 개선안', '위탁운용 목표범위 조정안' 심의·의결한 바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환헤지 0% 전략 이외에도 자산 배분과 외환 익스포저에 대한 의사결정을 분리해 외환 익스포저 통합·관리 체계로 전환키로 했다.

외환 보유 금액이 특정 통화로 집중되지 않도록 각 벤치마크 지수의 비중 기준으로 달러, 유로, 엔, 파운드화 비중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며, 호주달러와 스위스프랑 등의 통화 자산도 보유해 환율변동 위험을 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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