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사와 거래시 계약서 첫 장은 건설 하도급표준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만 뒷장에는 자신에 유리한 추가 약정을 달아 놓는 등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무늬만 표준계약서를 사용한 대형사의 공공입찰시 오히려 가점 2점을 주는 등 실태 파악도 못 하고 방관한다는 비난이 전문건설업계로부터 빗발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11일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대형 건설사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지난 1월부터 보급하고 있지만 사용에 강제성이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표면상으로는 표준계약서 사용실적은 많이 늘어났다.

정부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업체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때 2점의 가점을 주는 등 혜택을 주며 사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로 등록된 하도급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전산시스템에서 표준계약서가 자동으로 출력된다"며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은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도급사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전문건설협회가 조사한 바로는 시공능력 기준 상위 30개 대형건설사의 90%가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덧붙인 변형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변형된 계약서가 난무했다.

한 대형건설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를 하도급업체에 넘기면서 '민원과 불가항력에 따른 손실비용', '발주처와의 협의, 인허가' 등 대관업무의 해결을 특수조건으로 명시했다.

또 다른 공사에서는 공기 지연에 따른 '을(하도급사)'의 인력 추가 동원을 계약 특수조건으로 표준계약서에 추가했다.

다른 건설사는 LH가 발주한 공사에서 자재급등에 따른 보상 범위를 60%로 제한하는 조건을 추가하는 한편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항을 삭제했다.

여기에 '갑(원도급사)'인 자신의 계약해지 조건은 확대하고 '을'의 계약해지 조건은 축소하는 등 표준계약서를 변형해서 사용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계약자유의 원칙' 때문에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절대적 약자인 하도급 업체들에 '계약의 자유'가 과연 있다고 보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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