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철도차량 제작 기업인 현대로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년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금리를 자기 신용등급에 비해 매우 낮게 제시해 투자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12일 5년물로 1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현대로템은 지난 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채무증권)에서 수요예측 희망금리밴드를 '국고5년물+(60∼75bp)'로 제시했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전일 기준 현대로템의 회사채 5년물의 국고채 대비 개별민평스프레드는 92bp였다. 같은 날 동일 등급(A), 만기의 민평스프레드가 118bp였던 것과 비교해 26bp 낮다.

현대로템의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것을 고려할 때 일종의 '인센티브'가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로템이 제시한 희망금리밴드가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별민평스프레드에 비해 최대 32bp, 최소 17bp 낮은데다 등급민평스프레드와 비교하면 무려 43∼58bp 낮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은 'A+' 회사채의 등급민평스프레드(8월30일 기준) 81bp도 크게 밑돈다.

신용등급 'AA-' 회사채의 등급 민평스프레드가 51bp인 것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A+', 등급전망 '긍정적' 수준의 금리를 요구한 셈이다.

현대로템은 금리 수준을 낮게 제시한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들었다.

우선 등급이 같은 기업과 현대로템의 3년물 회사채 개별민평스프레드가 '±10bp' 이내인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근거를 댔다.

비교대상기업의 3년물 개별민평스프레드 평균은 51bp였지만 현대로템은 49bp로 2bp 낮았는데, 5년물은 비교대상기업이 86bp로 현대로템의 92bp보다 오히려 낮았다. 3년물은 비교대상기업에 비해 낮은데 5년물은 왜 높냐는 게 현대로템의 항변이다.

특히 3년물과 5년물을 모두 발행한 적이 있는 동일 등급의 LS엠트론과 SK케미칼, 넥센타이어, SKC 등의 3년물과 5년물 개별민평금리 차이가 29∼45bp, 평균이 36bp에 그치는 데 비해 현대로템은 52bp로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또 재무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개별민평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1년전 개별민평금리는 등급민평금리에 비해 16bp 낮았지만, 현재는 26bp 낮아졌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지금껏 5년물을 발행한 적이 없다. 따라서 회사 측이 제시한 이러한 근거들은 투자자들이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로템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금리를 낮게 받아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현대차그룹의 후광 효과'였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발행시점의 개별민평금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그룹의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그러면서 올해 2월과 7월 현대위아와 현대다이모스가 개별민평금리에 비해 각각 32bp와 15bp 낮게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현대로템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제시한 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비해 최대 32bp, 최소 17bp 낮은데 이와 딱 맞아 떨어진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금융사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BNG스틸에 이어 두 번째로 신용등급이 낮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어서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으나 제시 금리밴드 수준은 회사측의 설명에도 과도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이라는 점을 금리 프라이싱에서 십분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회사채의 발행업무를 담당할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맡았다. KB투자증권은 공동주관사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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