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원도급업체의 법정관리행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들과 거래한 하도급업체들이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 신세로 전락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원도급업체를 대신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B2B대출)로 공사대금을 받은 하도급업체에 대출상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건설 등 6개 업체와 거래한 하도급사는 1천198곳, 계약금액은 총 3조4천억원에 달한다.

통상 개별 하도급사가 보유한 채권 중 30~40%가 외담대와 관련된 것을 고려하면 외담대 거래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담대란 무엇인가 = 외담대는 지난 2001년부터 시행된 어음 대체 결제제도로 판매기업(하도급업체)이 원도급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채권을 담보로 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만기일에는 구매기업(원도급업체)이 대출금을 상환결제한다.

하도급업체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공사대금을 조기에 현금으로 확보하고, 대출 만기일에 원도급사가 대출금을 상환하므로 둘 다 유동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특히 하도급업체보다 좋은 원도급업체의 신용도에 의해 대출금리가 결정돼 하도급사는 비교적 저렴한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 탓에 은행권의 요구로 타 업종과 달리 원도급업체뿐만 아니라 하도급업체에도 상환청구권이 있는 외담대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업무흐름도(출처:대한전문건설협회)>



▲외담대 문제점은 = 이 상환청구권이 하도급업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기폭장치 역할을 한다.

원도급업체는 은행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더라도 신용 불이익이 조금 있을 뿐 부도처리 되지 않지만 하도급업체는 은행에서 대출 상환을 요구받는다.

법정관리 등 원도급업체의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형식적 대출자인 하도급사에 연체료와 대출금 상환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작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건설산업 등 원도급사는 재정상태가 악화될수록 하도급 대금 결제를 외담대로 이용하는 등 원도급업체가 악용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해결방안은 = 하도급사들은 먼저 은행이 하도급사에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상환청구권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출금 미결제의 일차적 책임은 약정을 체결한 원도급사와 은행에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사들은 또 외담대 발행자격을 원도급업체의 신용도와 변제능력 심사를 강화해 투자적격인 'BBB'등급 이상 업체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상환 전력이 있는 원도급업체는 아예 외담대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작년 감사원이 우리은행 등 17개 국내은행에 2009년부터 2011년 3월까지 취급한 10억원이상 외담대에 대해 자체점검토록 한 결과, 2조4천717억원이 부당 또는 부적격 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문제의 근원은 건설경기 침체 탓이지 외담대 제도 자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담대는 원도급사의 신용도에 의존해 저리로 대출받는 상품으로, 은행 입장에서도 상환청구권 등 리스크 보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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